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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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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사일기


BY 마가렛 2018-11-07

아침에 눈을 뜨니 언제 빗님이 오셨는지 베란다 방범창 라인에
빗방울이 도.레.미.파.솔~~~~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위로 펼쳐진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춤을 춘다.
이젠 노랗다 못해 아주 샛노란 은행잎이 혼자 보기가 아깝다.
앞, 뒤 베란다 창이 프레임이 되어 멋진 사진이 되어 나에게 인사하니 감사하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성당의 소공동체 월례회의에서 신부님의 말씀에
고개가 숙여진다.
구역장, 반장을 부탁하면 서로 미루로 못하겠다하고, 심지어는 이사간다고
하얀 거짓말을 하니 새로오신 신부님께선 진취적이시고 계획이 산을 이루고 있는데
일꾼이 적다며 도와달라고 하소연 하신다.
나도 작은 봉사를 하고 있지만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반모임도, 소공동체 일도
멀리하는게 사실이다.

갓내린 커피를 템블러에 담아 편한 복장에 천가방을 두르고 도서관을 향해 가는데
길가에 쏟아내린 단풍들에 눈이 뺏겨 가던 길 멈추고 여기저기 둘러보니
어쩜 혼자 감상하기가 너무 아깝다.
묵묵히 걸어가는 행인들에게 "여기좀 보세요~.. 천천히 구경하고 가세요" 하고 싶지만
소리없는 소리로 혼자만 중얼거린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노랗게 달린 은행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혼자 낙옆 위에 쪼그리고 앉아 예쁜 단풍, 벌레먹은 단풍, 빨깧고 주황으로 곱게 물든 단풍을
주워서 '단풍 꽃다발'을 만들어 본다.
혼자 머리에 꽃 꽂은 여자처럼 배시시 웃으며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꽃다발을 만들어보며
여고생이 되어 허밍을 부르며 혼자만의 단풍세계에서 못 벗어나는 늙은 학생..
계단 옆으로 곱게 물든 담쟁이 덩쿨도, 파란잎이 노랗게 물든 낙산홍의 열매도
이 가을엔 더 예쁘다.

산국을 갯쑥부쟁이를 보는 순간 계절이 조금 뒤로 가는 듯 했다.
연보랏빛, 개나리같이 고은 노랑색의 앙징맞은 꽃들이 또 나를 홀린다.
"나보고 어쩌라구?
도서관 가지말고 너희와 계속 놀아야 되는거니? 흐흑..."

생각보다 30분 늦게 도착한 도서관에 들어가니 다행히  좋은 자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자연과 놀고 오니 도서관의 책 냄새도 더좋고,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니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간다.
이래저래 감사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톡의 대답을 하려다 번호를 꾸욱 누르니
기다렸다는듯이 반갑고, 예쁜 소리로 인사를 한다.
착하고 친절한 친구는 혼자서  세탁 체인점을 하는데 대학교 근처라 서서히 자리가 잡혀
이젠 처음보다 좋아졌다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오늘은 남학생이 이불을 맡기려 왔는데 해쓱한 얼굴을 보고 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속이 안 좋아서 그렇다는 말에 안타까워 매실차를 타 주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내친구 다워하면서 깔깔 거렸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 늘 함께 해서 어쩌다 통화하면 마냥 좋은 우리사이.
이또한 감사할 일이다.

저녁에 두부조림과 임연수 구이, 아스파라거스와 야채 볶음을 해서 넓은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리니 풍성해 보인다.
모처럼 온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저녁을 먹으니 이또한 건강한 일이니 감사하다.

하루를 되돌아 보면 감사할 일이 참 많은데 너무 큰 일에만 감사하니
놓치는 경우가 종종있다.
매일매일 감사일기를 못 쓰더라도 하루를 마감하면서 감사하면 꿈자리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