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엔 왜 가니
저녁상을 보는 어미를 돕는 제 댁 곁에서 사위가 묻는다.
“목요일이 어때?” 어디를 가기로 상의를 하는 모양이다.
“글쎄….”딸이 왠지 나를 경계하는 눈치다. 이럴 땐 모르는 척해 줘야 어른답다.
저녁 설거지를 하는 딸아이 곁에서 사위가 거듭 말한다.
“주말엔 안 되겠고. 차라리 목요일에 반차를 낼까 하는데?” 이쯤 되고보면 모르는 척하기도 우스운 일이다.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나도 궁금하기도 하다.
마침 사위가 가까이에 섰기에 사위에게 묻는다.
“어딜 가는데?”
“아, 여진씨가 대하를 먹고 싶다고 그래서요.”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한다.
다음 날 딸아이 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운다.
“강화도까지 얼마나 걸릴까?” 묻는 딸아이에게 사위가 대답을 주는 모양이다.
“더 걸릴 텐데. 암튼 이따가 집에 와서 다시 얘기해요.” 딸이 서둘러 전화를 끊는 것 같다.
“강화도에는 왜 가?”내가 묻자 딸아이가 딱하다는 듯이 얕은 한숨을 내 뱉는다.
“강화도로 새우 먹으러 간다고요. 아까 집에서 사위가 말하더만. 내가 대하 먹고 싶댔어요. 그렇잖아도 우리끼리 가려니까 눈치가 보이는데 왜 자꾸 물어요.”소리가 곱지를 않다.
“아, 대하 먹으러 강화에 간다구? 그 말하는데 왜 소리가 그렇게 거칠어?”
“미안하니까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강화로 새우를 먹으러 가려는 계획인가 보다. 그렇게 말하면 나도 얼른 알아듣지.
허긴 그랬겠다. 늘 어디로 가면 우리 내외를 대동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모처럼 동부인해서 대하를 먹으러 강화를 간다 말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가까이에 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딸이 실감을 했겠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래저래 늙은이는 짐이로구먼.
그런데 왜 같이 가자는 소리를 안 한 걸까? 아니 못한 것일까? 궁금하다. 차는 어차피 4인승이니 곁들여서 갈 것이고. 대하가 비싸서? 많이 비싸면 우리가 살 수도 있는데. 딸의 마음이 변한 것일까? 사위가 둘이만 가자했을 리는 없는데.
허긴. 이제는 굽은 등에 자라목으로 젊은 아이들을 줄줄 따라 다니는 게 과히 좋은 그림은 아니겠다. 가끔은 그렇다는 핀찬을 들으면서 말이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제는 끼일 곳과 빠질 곳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이구동성으로 옳은 소리라 했다.
옳거니. 이제는 막내 딸아이 네와의 동행도 가려서 해야겠다. 야단이로세. 그게 막내 딸아이의 마음이라면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구먼. 아서라. 진즉에 알아 차렸어야지. 에미는 이제야 철이 났으니 망령도 곧 날 터. 그러나 제발이지 망령만은 좀 비켜가시게. 간절히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