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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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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고단하실까


BY 김효숙 2018-10-31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8시 반쯤 된다
마을 버스엔  서너명  앉아서 온다
텅빈 뒷좌석을 바라보는데  할머니 한분이  유리창에 기대어
고개가 가는대로  주무신다.

금방이라도 버스 바닥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할머니의 고단한  모습은
내 마음을 울린다.
 신발은 흙이 잔뜩 묻어 있고  앉아계신 모습 또한  불안하다
내가 내리는 곳에  내리신다면  쫓아가 집을 알아두고  싶다
맛난거 있으면 갖다 드리고 좋아하시는 모습도  보고싶다.

몇년 전 음식점을 할 때였다
우리 가게 엔   자주 할머니들이 오셔서 도와주시곤 했었다
비가 내려 손님이 없는 날에는 방에 따끈하게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삼겹살과 오리고기를 푸짐하게 대접해 드리면
작은 방에서  웃음소리가 넘쳐흘렀다

그중엔  혼자 박스를 모아서 팔아 살아가시는 할머니가 계셨다
새벽이면 일찍 일어나 동네 한바퀴 돌아 박스를 주워오시곤 했는데
할머니 생신 날을 기억해 아침 일찍 할머니댁에 갔더니
문은 열어놓고 안계셨다.
얼른 미역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니 깜짝 놀라신다.
할머니 생신이잖아요  하는 말에 눈물을 훔치신다.

나는 깜짝 이벤트를 참 좋아한다
남이 기뻐하는것   그런 생각은 내 머리속에 제일 먼저 들어와 앉는다.

할머니가 우리동네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
서너 정거장 와서 내리는 곳에서도 할머니는 집이 아직 멀었는지
쿨쿨 단잠을 주무신다.

얼마전에도  그런 모습을 뵈었는데  오늘 또 뵈는걸 보니 어딘가
하우스에서 밭일 품을 팔고 오시는것 같다

다음엔 털모자 하나 짜서 들고 다니다 차 안에서 만나면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