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 나질 않았는가
너무 소문을 크게 냈나 보다. 그러게 조용히 공부를 하겠다 하지 않았는가 말이지. 공연히 이 나이에 외국어를 하겠다고 나부댔으니 소문이 나지. 진즉에 다 해 놨더라면 이렇게 쑥스러운 일도 없었을 것이고. 후회가 막급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그 짝이 나게 생겼네.
오늘 오후에, 막내 딸아이가 누런 서류봉투를 하나 내민다. 제법 묵직하다.
“사위가 일본어 연습하는데 쓰시래요.” 줄친 A4용지 한 묶음과 각양각색의 ‘포스트 잇’이 들어 있다. 오~마이 갓! 다정도 병이랬다. 어쩌자구 이러시나.
그냥 못 본 척 내버려둬도 좋을 것을. 차라리 사위가 일본어를 모르던지 내가 시작을 말았어야 할 일이다. 좀 더 일찍 서둘렀어도 좋았을 것을. 고맙다는 소리도 못하겠고…. 빼지도 박지도 못하겠고. 이제 와서 채신없이 안 한다 소리도 못하겠고. 큰 일이 나기는 났지 않은가.
여보게 사위~. 나를 너무 과신하지 마시게. 이젠 쭈구렁방탱이 할미가 되었는데 뭘 기대하시는가. 해 주는 밥이나 축내어야 할 연세(?)가 아닌가. 그저 시간 때우는 차원인데 이리 올가매면 내가 지례 주녹이 들지 않겠는가. 내가 이젠 ‘아다마가 빠가야로’일세.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