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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욕심쟁이 인가봐


BY 김효숙 2018-10-09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이런 날이면 마음이 설렌다
집으로 오는 길 옆에는 낮은 산이 있는데 그곳엔  도토리 나무 밤나무가 가득하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느라면  바람에 나무들이 춤을 춘다.
어둑한 산에 바람소리가 휘이익 휘이익  도토리를 떨어뜨릴까
알밤을 떨어 뜨릴까
어서 이밤이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일 아침엔  휴일이라 남편도 늦잠을 잘테고
그 사이 나는 일찍 동산에 올라가봐야지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엔 아무도 산에  올라오지 않겠지
나 혼자  알밤도 줍고 도토리도 주워야지
봉지는 주머니에 넣고 그냥  산에 오르는 것 처럼 올라가야지
하는 생각에 산을 올랐다.

밤 나무 밑에는 여기저기 알밤이 떨어져 있다.
하나 둘 하나 둘 신이 났다.
양쪽 주머니가 불룩하다
봉지를 꺼내 또 담았다.
주머니 속으로 봉지 속으로 추억속에 알밤은 하나 둘 아랫목처럼
알밤 친구들이 모여든다.

재잘 재잘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어릴적에도 비가 내리던 밤이면  아침에 제일 먼저  산에 올라
알밤을 주으러 가던 생각이 난다.
큰알밤이 떨어지는 나무도 알아  후다닥 뒤질새라  뛰어 오르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봉지도 없고 입고  간  옷 가슴에 알밤을 한알 두알 앞과 뒤
잔뜩 넣던 기억이 난다.
뾰족한 부분이 살을 찔러대도 왜 그리 좋은지 모른다.
그 시절엔 먹을게 별로 없던터라 알밤은 우리들에게 사탕 같은 군것질이었다.

커다란  알밤은 골라서 장독 항아리에 저장을하고  가을 운동회날이면 모아 두었던
알밤을 삶아서 가져가곤 했다.

그 추억은 가을이 오면 잊혀지지 않는  놀이감 처럼 잘도 줍는다.
한참을 줍다보면 청솔모가 나뭇잎을 뒤진다.
알밤을 찾는다
봉지가득 주은 내가  너무 창피스럽다
덩치 큰 나는 그걸 먹겠다고 청솔모 다람쥐것도 다 도둑질했나보다.

얼른 나무를 쌓아 둔 곳에 찾아가 알밤을 던져준다.
겨울 눈이 내리는 날이면 먹을게 없겠지
사람들이 안보게  나무 더미속에 알밤을  숨겨둔다 그리곤 나뭇잎으로 덮어준다.
처음엔 적을 알밤만 모아 주다가  어린 청솔모가 작은것 까먹으려면 힘들것 같아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알밤을 고르지도 않고 서너주멱 쥐어서 던져 준다.

먹을게 많은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주으려고  야단들이다
그중에 한사람인 나도 부끄럽다.

산에 산에 산에는 알밤 도토리가 아기다람쥐 청솔모의 먹이라네
떨어지면 떨어진대로 겨우내내  먹을 아가들
덩치 큰 사람들은 알밤이 아니어도 실컷 먹고 사는데
너희들 먹을 것을 빼앗았구나 미안해라
자꾸만  생각하니 미안해 여기저기 나무더미속에 알밤을 숨겨주었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산속에서  덩치 큰 나는 반성을 해본다.
다시는 주으러오지 말아야겠다.
내가 줍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잉 주으니
얼른 주워 너희들 먹을것을 숨겨줄께  다짐하며 산을 내려온다.


 

등록
  • 승량 2018-10-20
    맛있는음식들이지만.예쁜자연에아기들에게양보를 해야 한다고,생각해요~
    그런데,떨어진거는 줍게 되지요~
  • 토마토 2018-10-10
    저희집 뒷산에도 도토리나 밤을 줍지 말라는 현수막이 있더라고요,, 다람쥐들이 먹어야 한다고..
    초등학교때 동네 앞산에 밤산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농사 지은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산에 가서 온 동네 아이들이 밤서리를 많이 했는데. 글을 읽으며 그때 생각이 나네요..
    그래도 다람쥐도 생각할줄 아는 효숙님은 욕심쟁이가 아니신것 같아요~~^^
  • 수다 2018-10-10
    연세대에는 도토리 나무가 많은데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주워가니까 학생들이 도토리 수호대를 결성했습니다.
    주변인들 도토리 주워가는 것을 단속하고 주변음식점 도토리 음식 원산지도 조사한다고 합니다.
    사람손은 안들어가는 도토리 저금통을 만들어가고 다람쥐나 청솔모가 가져가도록 만들어 도토리를 주워 넣어주었답니다.
    저금통 용량을 초과한 도토리는 따로 말려 보관해 놓았다 겨울이 오기전에뿌려 줄꺼라한답니다.
    줍는 재미도 있겠지만 동물들을 위해 마구잡이는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뜰꽃 2018-10-12
    @ 수다어느 가을이었던가
    사람들이 다 주워갈까봐 도토리를 주워두었다 겨울에 산에 도로가서 도토리를 뿌려준적이 있어요
    늘 아기다람쥐 청솔모가 걱정이 되어요
  • 버들피리 2018-10-10
    추석에 성묘하러 산에 오르면 떨어진 알밤을 주워 오는게 큰 재미에요
  • 버들피리 2018-10-10
    @ 버들피리어르신들 네분 산소는 머지않아 잔디장으로, 알밤 줍는 재미도 끝...
  • 마가렛 2018-10-09
    전 서울에서 자라서 알밤도 잘 모르고 자랐지만 언제부터 알밤을 보고는 참 예쁘다 싶어요. 한번은 산에 올라갔다가 툭하고 떨어지는 알밤을 남편이 까서 주는데 어찌나 맛있던지요. 저도 주워오지는 않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 뜰꽃 2018-10-10
    @ 마가렛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은 밤줍는게 간식거리였고 놀이 같아
    아무런 생각없이 알밤을 줍거든요 .. 저는 늘 산에서 밤을 주워다람쥐 먹게 나무더미 속에 넣어 놓고 오거든요
  • 이쁜이 2018-10-09
    추석에 선산에 올라가는데 도토리 밤이 무수히 떨어져있더라고요.
    몇개 주워서 비닐 봉다리에 담으려했더니 우리조카님 하는 말이 작은 엄마 들 짐승들 겨울 먹이하게 조금만 주우세요. 하더군요.
    그냥왔어요.
  • 뜰꽃 2018-10-10
    @ 이쁜이착한 조카네요 어른들도 아이들 말에 귀 기울여야하지요
    고맙습니다
  • 행복맘 2018-10-09
    저도 요즘 알밤 주워 어른들 한줌씩 나눠 드렸는데...알이 큰거는 몇알 가져오기도 하고요...산짐승들한테 미안해지네요..
  • 뜰꽃 2018-10-10
    @ 행복맘저도 다람쥐 집에 몇주먹 넣어주고 또 돌아오다 길거리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리고 오곤하지요
    어느땐 앞에 걸어가시는 가녀린 할머니께 다 드리고도 오구요
  • 세번다 2018-10-09
    이젠 완연한가을이죠
    도토리 다람쥐먹이니 보여도 안주어오긴하는데
    산밤도 그산에사는 동물이 먹어야하니까요

    반갑습니다
    한동안 안들어오셔서 아프셨나 걱정했습니다
  • 뜰꽃 2018-10-09
    @ 세번다고맙습니다. 유방 치료는 다 끝났는데 여기저기 아프니까 글쓰는것도 귀찮아지더라구요 앞으로 자주 뵙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