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효숙 조회 : 321

난 욕심쟁이 인가봐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이런 날이면 마음이 설렌다
집으로 오는 길 옆에는 낮은 산이 있는데 그곳엔  도토리 나무 밤나무가 가득하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느라면  바람에 나무들이 춤을 춘다.
어둑한 산에 바람소리가 휘이익 휘이익  도토리를 떨어뜨릴까
알밤을 떨어 뜨릴까
어서 이밤이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일 아침엔  휴일이라 남편도 늦잠을 잘테고
그 사이 나는 일찍 동산에 올라가봐야지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엔 아무도 산에  올라오지 않겠지
나 혼자  알밤도 줍고 도토리도 주워야지
봉지는 주머니에 넣고 그냥  산에 오르는 것 처럼 올라가야지
하는 생각에 산을 올랐다.

밤 나무 밑에는 여기저기 알밤이 떨어져 있다.
하나 둘 하나 둘 신이 났다.
양쪽 주머니가 불룩하다
봉지를 꺼내 또 담았다.
주머니 속으로 봉지 속으로 추억속에 알밤은 하나 둘 아랫목처럼
알밤 친구들이 모여든다.

재잘 재잘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어릴적에도 비가 내리던 밤이면  아침에 제일 먼저  산에 올라
알밤을 주으러 가던 생각이 난다.
큰알밤이 떨어지는 나무도 알아  후다닥 뒤질새라  뛰어 오르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봉지도 없고 입고  간  옷 가슴에 알밤을 한알 두알 앞과 뒤
잔뜩 넣던 기억이 난다.
뾰족한 부분이 살을 찔러대도 왜 그리 좋은지 모른다.
그 시절엔 먹을게 별로 없던터라 알밤은 우리들에게 사탕 같은 군것질이었다.

커다란  알밤은 골라서 장독 항아리에 저장을하고  가을 운동회날이면 모아 두었던
알밤을 삶아서 가져가곤 했다.

그 추억은 가을이 오면 잊혀지지 않는  놀이감 처럼 잘도 줍는다.
한참을 줍다보면 청솔모가 나뭇잎을 뒤진다.
알밤을 찾는다
봉지가득 주은 내가  너무 창피스럽다
덩치 큰 나는 그걸 먹겠다고 청솔모 다람쥐것도 다 도둑질했나보다.

얼른 나무를 쌓아 둔 곳에 찾아가 알밤을 던져준다.
겨울 눈이 내리는 날이면 먹을게 없겠지
사람들이 안보게  나무 더미속에 알밤을  숨겨둔다 그리곤 나뭇잎으로 덮어준다.
처음엔 적을 알밤만 모아 주다가  어린 청솔모가 작은것 까먹으려면 힘들것 같아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알밤을 고르지도 않고 서너주멱 쥐어서 던져 준다.

먹을게 많은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주으려고  야단들이다
그중에 한사람인 나도 부끄럽다.

산에 산에 산에는 알밤 도토리가 아기다람쥐 청솔모의 먹이라네
떨어지면 떨어진대로 겨우내내  먹을 아가들
덩치 큰 사람들은 알밤이 아니어도 실컷 먹고 사는데
너희들 먹을 것을 빼앗았구나 미안해라
자꾸만  생각하니 미안해 여기저기 나무더미속에 알밤을 숨겨주었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산속에서  덩치 큰 나는 반성을 해본다.
다시는 주으러오지 말아야겠다.
내가 줍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잉 주으니
얼른 주워 너희들 먹을것을 숨겨줄께  다짐하며 산을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