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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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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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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vs 한꺼번에


BY 마가렛 2018-09-12

제목을 써놓고 보니 괜시리 입술이 올라간다.
차근차근 하려면 지금부터 시작을 해야된다.
추석이란 큰 타이틀 아래, 큰집이라는 중간 타이틀, 그리고 청소와 음식의 소제목들..
큰며느리의 몫은 타고 난다고 그누구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면 난 씁슬하게 웃는다.
난 절대 큰며느리의 몫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선 몸도 그리 건강한 편도 아니지만 생김도 넉넉하고 몸집도 푸짐하지 못하다.
거기에다 일도 후다닥 잘하는 편도 아닌데 어찌 큰며느리가 되어 이제껏 버티고 사는지
내가 봐도 대견할 때가 있다.
경험이란 해보지 않고는 뭐라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다.
남편이 연애할 때 고백했었다.
아버지가 큰 아들은 아닌데 집안사정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모신단다.
나중에 알고보니 시큰아버님은 부인이 둘이고, 작은큰아버님은 학도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런가보다 했다.

우리 친정아버지도 막내시다보니 제사는 큰집에 가서 잠깐 지내고 오면 끝이었다.
20대의 젊은 아가씨는 제사에 대해 별 감흥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때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 몫했다.
엄마는 성실하게 보이는 남편을 좋아하면서도 몸 약한 딸이 큰며느리가 된다는게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나는 제사가, 큰며느리가 그리 힘들까 별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며 덜커덕 결혼을 했다.
시어머님은 말씀하셨다.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사는 큰집에서 가져가게 하겟다고...
당신이 돌아가시는 것과 제사 가져가는 것은 별게하는 걸 그분 또한 모르셨을게다.

큰집과는 거의 왕래가 없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잠깐 사촌형님을 뵈었지만 제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큰아주버님은 그냥 제수씨 고맙습니다. 한마디 하셨다.

시할아버님 제사때가 되면 고모님들, 큰어머님이 오셔서 도와주셨다.
어설프게 하는 조카며느리가 걱정도 되시고, 당신들 부모님이고 시부님이시니
어찌보면 당연하것도 같고 아님 효녀들이라 꼭 챙기시는 것인지..

이젠 우리가 이사를 해서 거리도 있어서 예전만큼 왕래는 없다.
그래도 시할아버지 제사때는 꼭 참석하시는걸 보면 대단하시긴 하구.

둘째네와 막내네가 추석이라 올텐데, 차례준비 때문에 전 날에 올텐데
이젠 내가 손님 대접하기가 버겁다.
나물과 부침을 나누어서 준비시키고 당일 날 오라고 할 계획이다.
지난 할아버지 제사때에 부침을 한 번 해온 막내는 혼자가 하기가 좀 버겁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운을 띄었는데 이번에 같이 해야 되나..
재미있고 좀 시끄럽게 말이 많지만 착한 동서다.
무덤덤한 둘째는 나물준비해오는게 그쪽도 좋아할 것이고,
아님 둘이 바꿔서 준비해 오라고 할까
아직 생각중이다.

내 계획은
청소는 추석 일주일 전에,
장보기는 2,3일 전에
손님용 음식은 2일 전에
차례상 준비는 1일 전에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은데
글로 풀어놓으니 그래도 조금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추석준비에 한 발 담근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