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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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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휴가


BY 마가렛 2018-08-14

갑자기 맑은하늘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나의 눈을 의심하듯 베란다 창문을 열고 손을 밖으로 뻗어본다.
비다! 반가운 비가 굵은 선을 그으며 내리고 있다.
하늘엔  해가 떠있으니 잠깐동안 내려주는 깜짝이벤트의 비일지라도 반갑고 고맙다.

어젠 남동생의 제안으로 남한산성에서 물놀이를 했다.
단톡에 올린 내용으론 엄마를 모시고 남한산성에 갈 예정이니 시간되는
누나들도 함께하면 좋겠단다.
둘째여동생이 언니가 가면 자기도 간다며 원래는 센터에 가는 날인데
언니야 함께 가자~~하며 애교를 부린다.
청주에 있는 여동생은 요즘 발이 아파 치료를 받고 있어서 오기 힘들다는 내용이다.

남한산성의 계곡은 푸르고 물도 있다.나무가 우거져서 계곡의 하늘을 덮어주고,
비록 깊은 물도 아니지만 그제 잠깐 내린 비로 종아리까지 담글 수 있는 물은
시원하고 간지러웠다.
울엄마와 조카들이 수영을 못해서 좀 아쉬웠지만
평상에 도토리묵과 귀한 오지어해물파전을 펼쳐놓고
맥주 한 잔으로 여름을 식히며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엄마의 뾰샤시한 흰 얼굴을 한껏 칭찬하며 즐겁게 재잘 거리는 우리 딸들.

조카 둘은 계곡에 첨벙 들어가 송사리를 잡아서 자랑하고
지들끼리 물을 뿌리며 신나게 놀며 까르르 연발 웃는다.
모처럼 화장을 곱게 한 엄마는 옆에 딸 둘을, 올케와 아들을 거느리며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처음하는 것 처럼 신나게 말씀하신다.
갑자기 나타난 제부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준비된 한방오리탕과, 닭도리탕으로 한상 그득한 상에 동생은 엄마에게
오리고기가 좋으니 많이 드시라며 닭다리를 푸심하게 한그릇 담아드린다.
과일과 야무지게 수박화채까지 챙겨온 여동생에게 화채까지 준비하느라
바빴겠다며 부지런하다고 칭찬했더니 요즘 더워서 냉장고에 화채가 떨어지지 않는단다.
제부는 점심값을 지불하고 약속이 있다며 엄마께 인사를 한다.
착한 제부는 이렇게 잠깐씩 나타나 엄마를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

내가 결혼 하기 전에 친정식구들과 북한산을 갔었다.
20대의 풋풋한 세자매와 함께한 엄마, 아빠는 마냥 신이 나신지  껄껄 거리며
엄마는 계곡에 물이 넘쳐나는 곳에서 개수영을 멋지게 하시며 좋아하셨다.
그때는 참 물도 넘쳐났고 곳곳에 수영하는 사람도 많았다.
커다란 수박을 물에 푹 담가 놓았다가 쪼개면 이까지 시원하고 맛났었지.
물을 좋아하시는 엄마
날이 가물어서 이번에 물이 풍족하지 못하여 아쉬웠지만
자식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저 좋으신가보다.
우린 엄마가 했던 이야기를 되돌이표처럼 듣고 또 들어도 처음 듣는것처럼
깔깔거리며 재미있어한다.
아빠의 얼굴이 가끔 떠올라 눈에 잠깐씩 소금기 있는 물이 적셔졌지만
행복한 시간이다.

찍은 사진들을 단톡에 올리니 함께 못한 여동생이 사진이 잘 나왔다며
부럽다며 다음엔 꼭 함께 한잖다.
성우같은? 나의 목소리가 함께 삽입되어 촬영된 비디오는 8월의 무더위 날씨도
한방에 날린 시원한 하루의 컷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