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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한가보다


BY 마가렛 2018-08-08

요즘 더위가 기승을 부려서 그런가 마음이 허하고 나사빠진 사람처럼
내가 내가 마음에 들지않는다.
오늘도 아침상을 차리는데 냉장고 문을 몇 번이나 열고 닫았는지 모르겠다.
반찬을 한꺼번에 꺼내면 되는데 머리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지
냉장고 문을 열면 보이는 거 하나 꺼내고 문을 닫는다.
그러다가 또 냉장고 문을 열고 닫고 이런 나에게 내가 한마디한다.

-뭐하나요?
-글쎄... 왜이러지..
-어제 더워서 잠을 설쳤더니 몽롱함에서 깨어나질 못하는군.

세상에서 가장 쉬운 토마토스크램블을 어렵게 만들고
세상에서 두번째로 쉬운 샐러드를 만든다.
냉장고에서 푹 쉬고 있는 유자청을 꺼내서 간장, 오일, 마늘, 고추가루를 넣어
갓 씻어낸 야채위에 뿌리니 내마음도 푸르고 시원하다.
여름엔 역시 쉽고 간단하고 편한 음식이 최고다.
국은 생략이다.
어제 저녁에 호박잎과 먹었던 된장찌개가 남아있어 데우지 않고 식탁위에 올렸다.
주말에 백화점에서 세일한 전복을 돼지고기 대신 된장찌개에 넣었더니 맛이 담백하니
데우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불이  무섭고 형광등이 무섭다.
식탁위의 형광등도 당분간 휴가를 보냈다.
한결 온도가 내려간 기분에 그나마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고맙고
가끔씩 존재감을 알리는 선풍기가 고맙다.
남편은 더우니 간단하게 먹자고 노래를 부르지만
출근하는 남편에게 기본은 대접해야 될 것 같아 없는 반찬에 멋을 부려 차려놓으니
밥맛 없다 하면서도  양껏 먹고 일어서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해야되나?
솔직히 지난 주말에 전복을 사왔기에 백숙을 끓여 온가족 몸보신을 해주려고 했건만
남편이 말려서 참았다.
더운데 기운빼지 말고 간단하게 먹자고 하는 남편에게
나만 더우면된다고 했더니 나도 덥지만 먹는 자기도 덥다고해서
메뉴를 냉면으로 바꾸려다 그래도 싱싱한 전복을 냉장고에 넣기가 아까워
전복과 감자를 넣어 전복밥을 했다.
양념장만 있으면 다른 반찬도 필요없어 괜찮게 한끼를 해결했다.

난 가끔 이런생각을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책제목이 아니라 요즘 식사 때마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먹기위해 사는지 살기위해 먹는건지...
부자건 가난뱅이건 누구나 한끼를 먹는 건 똑같다.
아무리 호사롭게 먹어도 한끼고, 간단한 빵을 먹어도 한끼인데 왜 끼니에 연연하는 건지
물론 먹는게 중요하고 살아가는데 필수조건이지만
이 여름에 과제아닌 과제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많이 먹지는 않지만 먹는걸 즐기다보니 여름인데도 밥맛이 있다는 것!
몽롱한 정신에서 벗어나기 위해 커피를 마셔도 뇌 한쪽은 여전히 몽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