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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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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있으면 안 되겠니


BY 만석 2018-05-18

그래도 있으면 안 되겠니

 

미국에서 막내 딸아이가 들어왔다. 출장을 나오는 사위를 따라 왔단다. 그 아니 반가운가. 잘 먹고 편하게 지냈는지 살이 포동포동 쪄 있다. 저는 살이 쪄서 걱정이라지만 어미가 보기에는 썩 좋기만 하다. 아직은 걱정할 만하지는 않다고 일러 안심을 시킨다. 어미 곁에서 하룻밤쯤 자고 가도 좋으련만 굳이 호텔을 잡았단다. 저 편하자는 심사 같아서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고 두 늙은이의 영양제를 잔뜩 사왔다. 넘어지지 말고 운동 많이 하라고 운동화를 세 켤레나 사왔다. 색상이 고와워, 신상품이라서, 고급스러워서 사고 또 사고 또 사고. 퇴근하는 남편을 맞지 못하고 시차(時差)로 곯아떨어진다. 오히려 사위가 자고 가자고 제안을 하는 모양이다. 엄마 품에 안겨 자려니는 하지 않았지만 내 곁에서 좀 더 곰살맞은 애교를 기대했었나 보다.

 

가만있자. 내일 아침 밥상을 뭘로 차리나?’ 딸이야 괜찮지만 사위가 신경이 쓰인다.

워낙 성격이 좋아서, 먹는 것에도 그렇게 까탈스럽지 않아서 더 이쁜 사위. 이제 결혼 삼 년쯤 되고 보니 이물이 없어진 탓도 있겠지. 저녁에 끓인 비지찌개를 잘 먹었으니 아침은 또 다른 메뉴가 좋겠다 싶지만, 딱히 쓸 만한 레시피가 없다. 어쩐다?

 

아침은 간단히 먹게 해도 되겠지만 그도 만만치가 않다. 마트가 코앞이니 재료가 없다는 것도 가당치 않은 핑계렸다? 늙은이 아이디어가 어디 젊은이들에게 가당하기나 한가 말이지. 출근하는 사람에게 고기 반찬도 그렇고. 에미의 고민을 아랑곳하지 않고 콜콜 잠만 자는 딸아이가 조금은 야속하다. 손을 잡고 마트에라도 같이 가서 사위가 좋아하는 걸 준비하면 좀 좋아?

 

딸아이가 곁에 있으니 참 좋다. 내 편이 하나 더 불었지 아니한가. 이렇게 내 곁에 있었음 좋겠다는 가당치도 않은 욕심을 부려본다. 두 딸년을 모두 붙잡아놓기는 욕심이라 하겠지만, 아쉬운대로 하나쯤은 욕심을 내 봄직도 하다 마는. 내 손을 잡고 쫄래쫄래 걸으며,

엄마 손이 작아졌네.”한다. 그 소리도 정겹다.

 

어째서 손톱손질을 받지 않았어요?”라고 묻는다.

거금이 아까와서.”라 하니, 엄마 손엔 투자를 좀 해줘도 아깝지 않다 한다. 그동안 수고를 많이 했으니까. 그도 고마운 소리로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이어진다. 이렇게 내 옆에 있어주면 얼마나 좋아. 많이도 바래지 말고 열흘에 하루씩이라도 말이지.

 

시댁엘 다녀온 딸 내외가 문자를 보낸다. 바로 호텔로 들어가 한잠 자야겠다 한다.

다음 날. ‘사위는 출근하고 내 딸은 뭘 할꼬.’문자를 보내니 동창들을 만나고 있다 한다. 엄마보다야 친구가 재미는 있겠지만. 아니지. 친구들도 만나야지. 공연한 심통에 내가 나를 나무란다. 그래도 내 맘 한켠에선 나랑 놀지.’싶다.

 

내 머리에선 딸을 보내야 한다는데, 가슴에선 자꾸만 내 곁에 있어 달라 한다. 어쩌리.

어이~ 막내딸! 꼭 미국에 가야만 하겠는가? 무심한 빗줄기만 세차게 퍼붓는다. 가야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지 않는가. 길을 막아서야. 석 달만에 왔으니 또 석 달이면 오겠는가? ‘일각이 여삼추니 아마 3년쯤 걸리나 싶겠지. 아무쪼록 하는 일마다 대박이나 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