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청소기가 ***청소기라는데 침만 꼴깍 삼키고 있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저걸 사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에 빠져있었다.
우리집 청소기는 무려 18년 된 골동품이다.
덩치는 큰 놈이라 한자리 떠억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 이젠 수명도 다 되었고
소리도 시원찮고 부속품도 고장이 나서 이젠 청소기의 생애가 끝났다.
욕심같아선 좀더 사용해서 20년을 채우고 싶었다.
우리집 가전제품은 어지간해서 고장도 잘 안나고 남들보다 오래 사용한다.
아마 내가 단순하게만 사용해서 그럴것이다.
복잡한건 싫고 별로 사용도 안 하게 되는게 사실이다.
아들 초등학교 다닐 때 이웃에 사는 엄마가 어느날 내가 청소기 선택에 고민을 하니까
그엄마가 사용하는 청소기를 추천했는데 그당시 청소기 가격이 너무 비쌌다.
청소기 회사 사람이 방문을 해서 구석구석 청소를 해주는데 너무 성능도 좋고, 물청소도 되고
흡인력이 완전 짱이었다.
선이 길어서 한번에 큰 평수를 청소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독일 수입품이다보니 가격면에서 고민하다가 그냥 두눈을 질끈 감고 질러버렸다.
그런데 퇴근한 남편이 노발대발하면서 난리를 쳐서 청소기를 반품하려고 하니 생각지도 못하게 그 판매자가 마감일이라며
가격을 엄청 깍아줘서 다시 남편을 설득한 결과 청소기가 우리것이 되었다는 오래된 빛바랜 이야기가 떠오른다.
홈쇼핑채널을 선호 하지 않는 남편이 우연히 청소기 판매하는 것에 눈에 힘을 주며 시청하더니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
나는 별로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 알아서 하세요..했더니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며 사자고 해서 오케이했다.
생각보다 일찍 배달된 청소기의 메뉴얼을 읽으려고 했건만 깨알 글씨에 보기도 싫어서
아들에게 대충 작동 방법과 거치대 설치를 하라고 했다.
위잉~~~~~
무선청소기치고는 소리가 제법 있었다.
굳이 지난번 청소기와 비교해보니 흡인력이 좀 부족했다.
워낙이 예전 청소기가 강력파워였으니까 그건 감안해야한다.
가볍고 무선이라 들고 다니기 가뿐하다.
이래저래 필요했던 청소기였기에 아주 흡족하진 않지만 요긴하게 사용해보려는데
무선이나 보니 한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오랜시간은 힘들기도하고, 사용시간이 20분이면
충전을 요구한다.
이런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친다.
청소기가 가벼워졌다. 먼지를 한꺼번에 많이 담을 용기가 작다. 자주 먼지를 제거해줘야 용기를 잘 사용할 수 있다.
나의 마음속엔 먼지를 많이 안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제때 먼지를 털어주고 닦아줘야 생각도 정리고 마음도 정갈하게 되어
혼란스럽거나 미로같은 복잡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버님께서 방청소를 하시려고 빗자루를 찾으시길래
무선청소기 사용법을 알려 드리면서 이젠 가벼운 청소기를 사용하시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80이 넘으신 아버님은 신기하듯 청소기로 당신 방을 치우신다.
아버님은 꼭 당신 손으로 방청소를 이제껏 하시는 분이시다.
베란다에 덩그마니 자리잡고 있는 예전 청소기와 헤어져야하니 마음이 좀 그렇다.
이제껏 우리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준 고마운 물건인데 연식도 있고, 제역할을 제대로 못하니
어쩔수 없다.
우리 사람도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저 청소기처럼 비슷한 신세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