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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을 누비다


BY 만석 2018-03-31

북한산 둘레길을 누비다

 

오늘은 오랜만에 산행을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부터 산행을 멀리했으니 아마 서너 달만의 나들이겠다. 산은 그곳에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내가 게으른 탓이다. 게다가 미세먼지를 빌미로 며칠을 별렀으니, 오늘은 큰맘 먹고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대문을 나선다.

 

영감은 추위도 아랑곳없이 미세먼지도 문제를 삼지 않고 산행을 했던 터라, 모복(강아지)이와 더불어 새삼스러울 것 없으나 나는 새 기분으로 마음이 들뜬다. 호흡기가 약한 핑계로 마스크를 하고, 그 꼴에 선그라스까지 꼈으니 내가 봐도 그 스타일이 가관이다.

 

새순이 목을 빼고 있는 개나리도, 얼음이 녹은 연못 속의 올챙이의 수영도 모두가 반갑다. 개구리의 울음소리도 오랜만에 들으니 새삼스럽다. 개구리의 울음은 아주 오래된 추억 속의 아늑한 그리움이 있다. 걸음을 멈추고 추억 속을 헤매다가 영감의 재촉을 받는다.

 

암놈을 부른다는 장기놈은 쉴 새도 없이 꺼억거린다. 누가 꿩이 아니랄까봐 내 귀에는,

~. .”그러는 것 같이 들린다. 재재거리는 이름모를 새 소리가, 피아노와 챌로의 화모니를 만들어낸다. 햇살이 숲 사이에서 반짝거려 잠시 미세먼지의 걱정을 잊게 한다.

 

숲속독서대는 탁자와 의자가 제법 어울리게 자리를 잘 잡았다. 살펴보니 <책을 기증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보인다. 그래. 다음번에 올 때는 집에 싸여 있는, 읽고 난 책을 좀 실어다 놔야겠다. 배낭으로 하나면 저 빈 자리는 채울 수 있을 게야.

 

이제 사월이 오면 의자들 뒤로 개나리가 소복하게 피워오를 것이다. 개나리를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는 나를 그려본다. 제법 멋진 그림이 그려진다. 아니지. 할망구가 그림 버렸다하려나? 그럼 젊은 아낙으로 그려 넣자. 까짓, 내가 양보하지, .

 

어디선가 어린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둘러보니 유치원생들이 봄맞이를 나온 모양이다. 젊은 여선생님은 어린아이가 되어 혀 짧은 소리를 한다.

다음에 와서 내가 심은 꽃이 얼마나 자랐나 보자구요.”옳거니 뭔가 심어놓은 모양이다.

 

아하, 그러고보니 바로 옆에 <자연 생태 체험장>이 있었지. 나도 몇 년 전에, 손녀 딸아이와 같이 다녀갔던 기억이 난다. 각가지 식물을 내 이름의 팻말을 세우고 직접 심고 가꾸고. 아직은 조용하지만 두어 달쯤 지나면 재갈거리는 어린 탐방꾼들이 많이도 모여들겠지.

 

그동안 나는 할 일이 없어서 심심했던 게 아닌가 보다. 할 일은 많은데 게으름을 부린 것이다. 불면증 치료를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 한다. 그래서 영감을 따라 나섰더니 참 잘 한 것 같다. 아마 오늘은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