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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피면 언니가 보인다


BY 만석 2018-03-31

목련이 피면 내 언니가 보인다

 

파주등기소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영감과 함께 씽씽 고고. 잘 다듬어진 가로수가 이제 잎을 피우려고 준비 땅. 너도나도 마라톤의 출발선에 서 있는 듯하다. 아직 새순이 돋지는 않았지만 새순이 목을 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기분이 상쾌하다.

 

미국의 딸아이 네 갈 때마다 그곳의 가로수의 크기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달라 탄성을 지르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등줄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남다르다. 아담하고 조용한 용모에서 품어 나오는 야무진 자태. 그건 내 조국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등기소에서 일을 맘치고 나오다가 정원의 목련화를 발견. 나는 그만 탄성을 지르며 영감을 불러 세운다. 나는 그동안 목련화가 예쁘다는 말을 불신 해 왔다. 어느 새 봄인가 싶으면 목련은 제 멋을 다하고 시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게으른 나를 탓해야 했을 것을.

 

그러나 이제 막 물이 오른 목련화의 싱그러움. 아직은 만개 전이라 봉우리도 제법 보인다. 나는 그동안 이런 목련화를 보지 못했던 게다. 곱고 우와하다는 짧은 단어로 표현하기가 미안한 자태다. 잎사귀 하나 없이 줄기에서 고개 든 목련화는 내 언니의 청춘을 닮은 것 같다.

 

티 없는 얼굴에 갈래머리를 땋아 적당히 느려놓고, 엄마가 손수 지어주신 하얀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었었지. 하얀 카버의 양말에 검은 단화를 단정하게 신고, 토방을 내려서서 대문을 나서는 언니를 엄마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배웅을 하곤 했었지.

 

나는 어서 커서 언니처럼 어여뻐지고 싶었구먼. 언감생시(언감생시). 누구나 자라면 예뻐지는 건 아니다. 지금은 팔순을 넘긴 나이에 예쁜할머니의 별호로 사는 언니. 그 언니의 청춘을 닮은 목련화.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목련화가 언니를 닮았는지 언니가 목련화를 닮았는지 구태여 따지지 않아도 족하다. 속까지 닮았나 보다. 착하기만 한 언니는 분명히 목련화다. 오랜만의 나들이로 목련화를 보고 언니가 보고 싶어 전화를 건다. 언니야~. 목련을 닮은 언니야. 이 시간 언니도 목련을 볼 수 있을까.

 

언니는 고관절이 탈이 나서 지팡이를 짚고 실내에서만 기거한다. 목련이 다시 꽃을 티우자 세월무상을 느낀다. 내가 좀 더 서둘렀더라면 언니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었을 게다. 내가 이제 일을 놓고 시간여유를 가지자, 언니는 걷기도 힘든 나이가 돼 있다.

 

나와는 여섯 살 차이의 언니다. 이제 언니의 완쾌는 미지수다. 다행인 것은 언니가 새삶을 기대하며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언니야~! 어서 완쾌 되도록 기도하자” “우리, 목련이 피는 들판으로 나들이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