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눈이 내린다.
한겨울에 내리는 눈은 당연하지만 오늘처럼 3월의 하순 초입에 내리는 눈은 반겨야 될까?
아니면 삼월에 무슨 눈이람? 이러면서 삐죽거려야 할까?
난 눈을 좋아하기에 삼월의 눈도 좋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도 있듯이 3월에 눈이 내리는 건 우리에게 어쩜 익숙하기도 한 계절의 묘미다.
늦은 아침을 챙겨먹는 아들에게 백허그를 하며 "눈이 오네?"하며 인삿말을 건넸다.
"삼월에 무슨 눈이 와요?" 좀 의야해 하는 아들에게
"봄은 그리 쉽게 오는게 아니야.." 속삭이는 엄마에게
아들은 알았다는 듯의 표정을 지으며 생계란을 휘핑한다.
따뜻한 밥에 휘핑한 계란을 섞어서 김에 싸 먹으면 맛있다고 매번 잘해서 먹는다.
약간 비릿할 수 도 있는 이맛을 나도 아들의 권유로 한 번 먹어보니 내취향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별미다.
아침에 드립커피를 한 잔 마셨는데 이렇게 눈이 내마음을 들뜨게하니 그냥 있을 순 없다.
선물받은 녹차를 처음으로 개봉해 보았다.
조금 두툼한 찻잔에 티백을 넣고 물을 끓여 조금 식혀서 조심스레 찬찬히 부으니
녹차향과 더불어 은은한 레몬빛으로 물색깔이 변신한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음미해 보니 참 좋다.
커피와는 완연히 다른 맛...
두 모금 마시니 달큰함이 입안 가득하게 느껴진다.
이맛에 녹차를 좋아하는 걸까?
사진을 찍어서 딸에게 카톡으로 보낸다.
"녹차 맛이 참 좋아, 친구에게 맛있다고, 고맙다고 꼭 전해줘.."
딸 졸업식에서 처음으로 만난 딸친구 엄마가 선물한 루피시아 녹차..
눈내리는 창을 보며 마시니 금방 찬이 비워진다. 리필을 하니 조금 순한 맛이 딱 좋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으니 더욱 고맙고, 작은 정성에 큰 기쁨을 느낀다.
선물이란 이런건가 보다..
볼 때마다 선물을 준 사람을 떠오르며 미소와 함께
고마움에 기쁜 마음에 엔돌핀을 내뿜게 하는 마법의 힘.
다음달은 완연한 봄이겠지?
이번달에 이사 간 모임의 언니가 4월에 집들이를 한다는데
난 무슨 선물을 준비할까?
벌써부터 작은 고민에 즐거운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눈이 계속 휘날리며 세상의 모든 것을 깨끗하게 덮어주고 있다. *
마취목..당신과 함께 여행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