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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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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지 말아요...


BY 마가렛 2018-03-19


난 아무말을 하지못했다.. 죄지은 사람처럼 입을 꼬옥 다물었다.

남편의 질타아닌 질타를 들어도 할 말은 없다. 벌써 몇 번째인지 가물거린다.

저녁을 낙지탕으로 잘 먹고 저녁 설거지를 하고 난 후에, 난 다음 날 아침국을 준비하며 가스불을 켜고

타이머를 맞추려다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화장실에 들어갔으니 세안도 꼼꼼히 하고, 얼굴에 로션을 단계적으로 바르면서 친정엄마께 들은

홈캐어 팩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느긋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냄새지?" 하면서 방문을 여는 남편의 표정을 보기도 전에 탄 냄새가 강하게 나의 코를 찔렀다.

"오마이 갓! 어쩌나!" 하면서 빛의 속도로, 손살같이 가스불을 껐지만 이미 늦었다.

국냄비의 내용물은 벌써 냄비에 납짝하게 달라붙어 있었고 국물은 찾아 볼 수도 없었다.

"아니 한 두번도 아니고 타이머 맞추는게 그렇게 힘들어?" 남편의 목소리에 변명할 수 가 없어

아무 대꾸도 못했다.

창문을 몽땅 열어 놓고, 큰 초에 불을 밝히고 국냄비에 물을 받아 놓았다.

그런데 이 싯점에서 왜 김희애의 '나를 잊지 말아요~' 노래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나를 잊지 말아요'가 아니라 '나를 믿지 말아요'가 정답이다.

 

가스불에  올려놓은 나를 믿지 말아요.

중간벨브 확인 못한 나를 믿지 말아요.

안방에 형광등 끄지 않은 나를 믿지 말아요.

그래도 가스불에 냄비 확인하고,

중간벨브 확인하러,

안방에 형광등 껐는지 다시 돌아올거야~~

 

밤늦게 돌아온 아들이 "이제 무슨 냄새예요?"

"응.. 엄마가 또 태웠어ㅠㅠ" 울상으로 말하는 나를 보며

아들은 그러냐는 식으로 쿨하게 지나가는데 남편이 또한번 돌을 찧는다.

"한두번이 아니다..아이고 냄새야.."

맞다, 남편 말이 맞다, 한두번이 아니다.

 

- 오래 전에는 대형사고가 날 뻔했다.

가스불에 사골국을 올려 놓고 잠자리에 들면서 가스불을 끄지 않았다.

새벽녘에 옆 방에서 자던 딸의 우는 목소리에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집안이 연기로 가득 차있었다.

조금있으려니 현관벨 소리와 소방차 소리가 들려서 사태파악을 했다.

어찌나 이웃에게 미안하고 소방관들에게 죄송했던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러곤 조심하자 하고, 주방 타이머도 사서 잘 챙기곤 했는데 또 언제부턴가 한번씩 이렇게 작은 사고를 친다.

이젠 정말로 무조건 타이머를 맞추던지 주방을 떠나면 무조건 가스불을 꺼야겠다! -

 

와인초 덕분에 냄새도 어지간히 사라졌는데도 꼭 한 말씀하시는 남편을 살짝 흘겨보며

멸치육수를 가스불에 올리고  타이머를 10분에 맞춘다.*

 

 

나를 믿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