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런 봄이 온다
관리비를 두 번이나 못냈더니
독촉장이 가볍게
마음을 철렁 내려 앉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사는 것이 바빠도
늘 산소에 허기진 중독에
시달려 재촉 당하는 숨쉬기는 한결 같다
일부러 계단을 오른다
심장근육이 단단하게 조여오는 압박감에
아직 살아있어 살아있구나
가파른 고갯길 걸어 넘어봐야
산다는 것이 뭔지 알겠다
은행가서 밀린 관리비 낼 때
연체된 하루 하루가 뭉텅 지워진다
팍팍하게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언제부터 할 말이 자꾸 가슴으로 숨었다
봄비가 착하게 비스듬한 선긋기로 내린다
이제 곧 여린 연두색 봄이 보일텐데
작업공책)
오래 되어 내 기억에 전혀 없었던 봄
기록해 놓지 않았다면 몇 칠 밖에 또렺하게 남은 봄에
내가 살았던 그 시간들이
지나간 길을 다시 더듬어 오래 된 글을 읽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