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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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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림은 가장 귀한 보석


BY 김효숙 2018-03-17

늦게 퇴근하는 엄마인 걸 아는 큰아들에게   퇴근후 저녁을 먹자는 카톡이 왔다

돌보는 아기집에서 카레라이스를 대충 먹었음에도  그러자고 카톡을 보냈다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며 지하철 역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들을 놀래주려고 버스 정류장  나무 뒤에 숨어서 달려올 아들을 생각했다

조금 지나니  아들은 헐레벌떡 달려와 이미 숨어서 까꿍할 엄마를 예상했던지

어느새 나무뒤로 와서는 와락 끌어 안는다.

울엄마 효숙이 ㅎㅎ

엄마 저녁 먹을까 나는  여친이랑  간단하게 먹었노라고 한다.

응   엄마도 조금 먹었어 하니 집으로 가자고 한다

무슨 집엘가   가까운 곳에 가서 따뜻한 국물하고 뭐 하나 먹고 얼른 집에 가라고 했다

눈치챈 아들은 엄마 집 치우지 못해서 그래?

괜찮아  아들인데 뭐 어때 한다

마음을 들킨것 같아 어찌나 부끄러운지 ㅋ 밤 늦게 들어가는 난 남편 오는 날에나 치우기 때문이다

누가 엄마 아들 아니랄까봐  그래 가자

둘이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아들이ㅣ 크면 남편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던 나는  아들의 손에 들려진

작은 케잌을 보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오늘이 화이트day라고 한다

엄마는 그런거 몰라하니 남자가 여자에게 초코렛 주는 날이랜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오는 길 한쪽에는 산이다

어둑한 숲속이라도 좋다

어릴적 엄마가 서울 가시면 동생이랑 두손을 꼭잡고 잠을 자던 초가집

허리끈 문고리에 잡아매고 벽에 있는 못에 걸면 어린 마음에 안심이 되었었다.

난 어둑한 산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제 나도 엄마가 되어 아들 손을 잡고간다.

엄마 손을 꼭잡고 꼭 잡고 걸어서 집으로 갔다

 

4층에 헐레 벌떡 오르니 그저 좋다 옥탑방이 그저 좋다

 높은 건물도 없어서 좋고 높은 아파트가 없어서 좋다

저멀리 보이는 겨울 산  나무 꼭대기  까치집에 까치가 바라볼까나

봄이 온다고 밤나무 참나무 온갖 나무들이  마음 설레어 잠못 이루는것 같은  속삭임이

들리는 듯 해서 좋다

넓은 옥상  양켠에는 칼라박스 텃밭을  만들어 심어 놓은 마늘이 파릇파릇 언 땅을

초록으로 수를 놓아 가로등 불빛 친구삼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서 좋다.

나에게 행복을 안겨주려고 뜨거운 햇볕을 이겨낼 풀 꽃 친구들이다

 

불을 켜고 들어와 앉아 상을 펴고  호두파이를 꺼내 놓으며 아들은 말한다.

엄마야   오늘이 화이트day 이거든

지하철을 타고 여친을 만나러 가는데  남자들 손에 초코렛이며 케잌이 들려져 있는거야

문득 딸도 없는 엄마 생각이 나는거야

혼자 있는 울엄마는 누가 챙겨 줄 사람도 없고 아들인 내가 챙겨드려야지 하고  호두파이를

사가지고 온거라고 한다.

퇴근하고 피곤 할텐데   그 맘이 고맙고 따뜻해라

배부르지만  아들과 두쪽씩 먹고 남은것은 싸 주었다

엄만  당뇨라 많이 먹으면 안된다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9시반이 되었다.

얼른 가거라

한시간을 가야할텐데   사는 집이 좁아 두 아들이 모두 나가서 산다

설흔이 넘으면  독립해야한다고 나간 막둥이는 엄마방 하나 갖고 자유롭게 살라했고

큰아들은 벌써 5년은 되었다보다

남편은 주말에나 집에 오는   우리 네식구는 모두 혼자서 산다.

서로 씩씩하게 알아서 잘산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주는 가족이 있어 감사하다

 

늦은 밤 피곤하다 말 안하고 엄마 문 꼭 잠그고 잘 챙겨서 드세요 하고 집을 나서는 큰아들

저멀리 아들의 뒷모습을 옥상에서 바라본다

한번 뒤돌아보며  가는 아들을 보니 가슴이 울컥해져 온다

별일만 없었으면  여유롭게 아들들 결혼도 벌써 시켰을텐데 미안하다

 만약 엄마가 돌아가시면 힘들게 한 삼촌 가만 안둔다고하기에 그러면 못쓴다

형제란 서로 어려울때 돕는거야  맘대로 안되는게 세상인데 그러면 못쓴다하고 다독여  보냈지만

즈이들은 초딩 3학년부터 지금까지 힘들게 사는 부모를 바라보면 속이 상하댄다.

 

그래도 괜찮아 엄만 이 옥탑집도 행복해 ....

햇볕도 가장 많이 드는곳이지

꽃도 키우지

외할머니 계신 하늘 나라도 가까워 가끔 밤하늘 바라보며 평상에 누우면 반짝이는 별이

할머니 같아.......엄마아...하고 불러봐서 좋단다

맨날 꿈속에 사는 엄마가 아들 보기에는 기가막힌가보다

하지만 난 행복해요....

 

아들 가는 모습이 사라진다.

 

아들아  고맙다  헤아림으르 받는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지 고맙고 감사해

그 누구도 미워하지 마라  하나님은 화목하심을 기뻐하신다   하고 카톡을 보냈다

 

아들은 답했다

" 네에 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