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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모금의 매력


BY 만석 2018-03-16

커피 한 모금의 매력

 

커피 줘?” 영감이 묻는다.

.”

코앞에 내미는 영감의 손에는 커피 한 모금을 담은 잔이 들려 있다. 말 그대로 한 모금이다.

 

나는 지금 족욕을 하고 앉아 있다. 그런데 영감이 커피를 타서 마시다가 한 모금을 남겨서 건네는 중이다. 고마운 일이다. 커피는 내가 타서 건넸어야 했으나, 요즘은 영감이 손수 타서 마시곤 한다. 점점 부드러워진다했더니 이젠 커피도 손수? ㅎㅎㅎ. 이건 괜찮은 변화 아닌가.

 

사실 병원의 지시대로라면 나는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만 한다. 그런데 남편의 커피 향은 자꾸만 나를 유혹하고는 한다. 그래서 영감과 협상을 했다. 마시다가 아주 조금만 남겨서 날 달라고. 처음엔 극구 마다하더니 딱했던 모양이다. 내 뜻에 따라준다. 한 모금씩 남겨서 건넨다.

 

~. 커피 한 모금이 목을 넘어가는 그 맛이라니. 벌컥 벌컥 마시는 커피보다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는 이 맛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흔적과, 위에서 안착하는 느낌까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엇이 이 맛보다 환상적이랴. 누가 커피의 맛을 알고 마시게 하였는가.

 

그런데 한 잔의 커피 속에 들어 있는 분량의 프림이 몸을 돌아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지구를 두 바퀴를 도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긴 시간을 체내에 체류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프림이 없는 커피를 마시라는 이야기이다.

 

커피랏데아메리카노니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내 경우엔 프림이 들어가지 않는 커피는 맛이 없다. 구수한 맛이 아니라 쓴맛이 달려드는 게 영 직성에 맞지 않는다. 나는 소위 말하는 파출부커피가 입맛에 맞으니,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내 수준을 알아 볼만 하다.

 

심한 위궤양을 갖고 있는 나는 의사로부터 커피를 금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무심코 있을 때에는 참을만 하지만, 곁에서 냄새를 풍기는 데에는 도통 참지를 못하고 손을 벌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곁에서 냄새를 풍기는 영감을 나무라고는 한다.

 

우리가 언제 적부터 이렇게 커피를 즐겨 마셨는가. 점심시간이 되면 거리에서 커피를 든 직장인들을 많이 마주한다. 예쁜 종이컵에 포장을 한 커피를 너도나도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내 둔한 머리로 계산을 해도 식사대금보다 커피 값이 더 나갈 것 같다 하니 실재로 그렇다 한다.

 

오늘도 나는 작심을 한다. ‘이제부터는 커피를 마시지 않을 것이야.’ 거실에 퍼진 커피향이 자취를 감출 때쯤, 나는 어금니를 곱씹으며 마음먹지만 글쎄다. 실지로 그럴 것이라는 자신은 없다. 남자들이 금연을 어려워하는 걸 이제쯤 이해한다. 그래도 난 커피를 끊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