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영이한테 외할머니다.
하영이는 이제 돐이 지났고
내 딸은 이제 26이다.
나의 어머니는 올 해 74세 되신다.
세월이 이렇게 쉽게 간다.
어제가 몇 시간 안 된것 같은데,
어제 뭐했나 곰곰히 생각 안하면 도통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오랜만에 아컴에 들려보려고 아이디를 눌렀는데 이게 아니란다.
아차 싶었다.
너무 오랫동안 쉬면 기억도 쉬나 한참 곰곰히 또 거슬러 기억을 더듬어 봤다.
그러니까 내 비밀번호가 2004년부터이니까 비빌번호는 2004로 끝나는 것은 확실하다.
근데 아이디는 앞에 영문 이니셜이 뭐더라?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 순간 그래 내 메일주소와 같다는 문득 지나가는 문자를 누르니
확 시원하게 확 열려 진짜 반갑다.
오랜 만에 들어 온 내 작가방이 오롯이 그대로 앉아있다.
따져보니 어언 15년 나이먹은 나의 글방이다.
지난 글을 읽어보니 나의 삶이 연대기로 나뉘어져 그대로 활자가 되어 보존 해주니
어떻게 보면 일기장이다.
이렇게 늙은 작가방에 아직도 내 글을 읽는 독자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럼에도 요즘 매일같이 드나들지 못하는 이 게으름도 나이 들어
느릿느릿 늙어가는 중이다.
외손녀를 보니 언제 내가 이렇게 늙었다는 것을 확실하고,
울 엄마를 보니 더 인생 반추를 하게된 계기가 되었다.
어제 4대모녀가 한 자리에 모여 사진을 한 번 찍어봤는데
스마트폰에 네명 얼굴이 꽉 찬다.
세상 참 좋아 한 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사진관에 안 가도 아무때나 찍을 수 있는데
우리가 같이 사는 동안 늘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신문도 뉴스를 봐도 웃기가 힘든데
손녀를 보면 내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감사하다. 같이 사는 동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