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어제로 시간을 돌려놓고 싶다. 도대체 어쩌자고 이런 일이…. 술이 센 사람이라면 술 마신 죄라고 하겠으나 그렇지도 못한 사람이다. 성질이 괴팍한 사람이라면 그래서 그랬다고 치부하겠으나 그렇지도 못한 사람이다.
아무튼 이제 일을 당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도 아직 통원치료를 받는 중이다. 얼마나 다쳤느냐고 묻는다면 얼굴에만 오십 바늘을 꿰맸다면 알아 볼 수가 있지 않겠는가. 아직 바깥출입을 삼가고 있다.
뭐 뼈나게 잘 생겼다고 말하기에는 거시기하고, 그러나 혐오스럽지는 않은 얼굴에…. 아직 모르겠다. 완쾌가 되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아직은 걱정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눈 주위를 다쳤으나 눈이 건재하고 뼈가 상하지 않은 게 다행을 지나 천행이겠다.
그러나 그 와중에 아들이 사다리에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갈빗뼈가 부러졌다. 업친데 덮친 꼴이다. 한 해를 지나면서 묵은 일을 떨쳐낸 것이라고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렇다 하고 다행이라 해야 하나? 위로 받으라는 뜻이겠지만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그래. 그리 위로를 삼자.
명절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차례는 체도 못하고 지나갔다. 시부모님께 죄송한 맘이지만 당신들이 살아계셨더라도 말리셨을 일이겠다. 죄스러운 맘에 고기 한 점을 사들이지 않았다. 드나들 젯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젯상을 차릴 기분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이렇게 마음이 무거울 줄 알았으면 차라리 차롓상이라도 차리고 나라도 예를 올릴 것을. 며느리 절은 싫다 하실 것도 아닌 것을. 윗 조상님들은 몰라도 시부모님은 고맙다고 치하하셨을 텐데. 끔찍이 사랑하시던 아드님과 장 손주니까 말이지.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님들을 위해서 자판은 열었으나 더 잇지를 못하겠다. 걱정해 주시는 님들께는 감사하고. 새 기분으로 새 글을 올려야겠다. 만석이는 미안할 지경으로 잘 먹고 잘 지낸다. 기래야 영감 수발하디. 기래도 사랑해야 할 영감 아니갔시오? 고~롬. (함경도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