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살아 있어
“삐리리리 리리리리리~♪♪”전화벨은 그치지를 않는데 받지를 않는다.
“삐리리리 리리리리리~♪♪” 그래도 함구무언이다. 예감이 좋지 않다. 동창회는 전례로 보아 진즉에 끝이 났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올 사람이 오지를 않는다는 말씀이야.
조금 동안을 두고 다시 전화를 건다.
“삐리리리 리리리리리~♪♪” 분명히 영감의 핸폰인데 낯섲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물어볼 수밖에. 저 쪽에서도 누구냐고 묻는다.
“핸폰 임자의 내자(內子)입니다.” 영감의 전화기가 분명하니까.
“경찰입니다. 지금 강북삼성병원으로 후송중입니다. 빨리 오세요.”
“전화기가 잠겨있어서 연락을 못했어요. 지금 피를 많이 흘려서 빨리 오세요. 빨리요.”
밑도 끝도 없이 많이 다쳤으니 어서 오라고만 하다니. 많이 다쳤느냐는 물음에 영감이 머리를 많이 다쳐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란다. 응급실로 빨리 오라는 것이다. 머리를 다쳐?
“오 마이 갓~!” 머리를 다쳤다면 예사스럽지 않은 일이 아니잖은가.
마침 토요일이어서, 집에 있을 큰아들을 불러 대동하고는 응급실로 내 달린다. 머리를 다쳤다면 큰일이 아닌가. 전화기가 잠겨 진 걸 풀지 못할 정도라면 영감은 정신을 놓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자꾸만 방정맞은 생각만 든다.
아들도 불길한 예감이 드는지 내 손을 찾아 꼭 쥔다.
아~! 일은 터진 일이다.
보호자 한 사람만 접견(?)을 할 수 있다는데 선뜻 나서지를 못하겠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아들이 들어선다. 교대를 하고 카드를 전해 받아야 입실이 허용 된다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들은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큰 일이 터진 게지.
기다리다 못해 응급실 문을 열고 임의로 입실을 했다. 아~! 하얀 거즈가 영감의 얼굴 위를 덮혀 있다. 핏물이 베어서 하얀 곳이 없다. 머리에도 거즈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어쩌란 말인가. 숨은 쉬고 있는 것인지 허리를 굽혀 귀를 기울인다. 거즈가 펄럭인다.
일단은 안심이다.
“여보. 내 소리 들려?”
“누구야. 어떻게 왔어?” 말이 어눌하다. 어떻게 오다니. 그게 말이라구? 아무 말도 나오질 않는다. 단 번에 큰 사고를 당한 걸 직감한다. 어쩌나.
“여보. 나…죽으면 화장해… 줘. 난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
큰아들에게서 손주를 얻지 못해서, 늘 술이 취하면 읊던 레퍼토리다. 가만있어 봐봐. 지금 영감이 술에 취한 거야? 그러 거야? 그러고 보니 술냄새가 진동을 한다. 술김에 일을 낸 거야?
그랬다. 영감은 술에 만취해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사고를…. 사고를 당한 것인지 자신이 일을 저지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었다 한다. 알아보겠다는 아들을 달래서 주저앉혔다. 술에 취해서 일을 자초한 것이라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일을 크게 벌릴 것까지는 없지.
우선은 사람을 살리고 볼 일이다. 자세한 진위는 아직 모르겠으나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걸. 본인이 ‘죽음’까지도 직감하는데…. 그런데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은 새로 입실하는 환자들을 돌보느라고 정신없이 돌아친다. 한 의사가 피곤한 기색으로 영감의 침대로 다가온다.
"보호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