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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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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베레모가 어울리는 아버지


BY 마가렛 2018-01-22

이번 주엔 엄마생신과 남편생일이 있는 주간이라서 괜시리 마음이 바쁘겠다 싶었는데

어제 엄마생신 모임을 했기에 생신 당일에는 전화를 드리려고 한다.

올케가 집근처에 맛집을 예약을 해서 건강식으로 생선 우거지찜을 맛있게 먹고 다른 반찬보다 우거지가

제일 맛있다는 엄마를 위해 남은 우거지 반찬과 메밀전병을 포장을 부탁했다.

올케나 남동생은 그깟껏 싸 가야되나 하는 표정이었지만 나와 여동생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니 싸 가자고 했다.

조카들에게 일러주었다. 음식은 아껴야 되고 버리면 쓰레기 비용도 발생하고 우리나라 음식물 비용이

연간 몇 천억원이 넘으니 집에서도 아껴먹고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고 했다.

말귀 잘 알아듣는 조카는 끄덕거린다.

 

여전히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는 말없이 식사를 조심스레 하시면서

내가 건네준 생선과 반찬을 조심스레 드시면서 빙그레 웃으신다.

겨우 식사를 하시고 늘 주무시거나 가끔 움직이시는 아버지는

얼굴이 많이 야위셔서 마음이 아프다.

멋쟁이 아버지는 검정 베레모를 쓰시고 검정 코트를 입으셨는데

식사를 마치고 일어 서시는 모습을 보니 앙상한 나뭇가지가 따로없다.

조심조심 아기 발걸음처럼 걸으시고 남동생이 부축해주는 모습을 뵈니

이제 걷는것 조차 저리 힘이 드시니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싶어 짠하기도 하고

옆에서 간호하시는 엄마도 걱정이 된다.

엄마도 모자를 쓰셔서 머리가 눌러 힘이 없고 흰머리가 더 많아져서 한결 늙어 보이신다.

파마를 해도 이젠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 금방 풀리고 염색을 해도 그렇다는데

왜그리 서글프고 짠한지 여동생과 눈을 마추치며 힘없게 대화를 했다.

 

감기몸살로 켠디션이 안 좋은 남편이 부담스러울까봐 나혼자 친정을 간다고 생각하면서 준비를 했었는데

남편은 그래도 자기가 안가면 안된다며 아침도 안먹은 몸으로 겨우 일어나 준비를 해주니

고맙게 생각이 된다.

나이가 한살 더 먹어서 그런가 몸이 작년과 또 달라보이는 남편이 가엾게 보이기도 해서

한약을 좀 먹는게 어떠냐고 운을 띄어 봤더니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란다.

그럴 때가 지금 이니 다른 것보다 건강부터 챙기자고 했는데 내말을 들을지 모르겠다.

 

엄마는 사위생일날 케이크라도 하나 준비해주랴며 십만원을 내손에 쥐어 주시는데

괜찮다 해도 눈을 흘기시며 그냥 그러라고 하시는 엄마.

동생이 옆에 있다가 제부는 이제껏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데 형부는 좋겠다며

은근 배아파 하는 모습에 또한번 웃는다.

그래... 다음엔 이 언니가 제부 생일 케이크 하나 선물해줄게..

여름이니 좀 있어야 겠구나...

 막내여동생이 시댁일로 참석을 못해서 좀 아쉬운 엄마생신이었지만

앞으로 건강하게 사시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