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의 바람이 피부를 마치 주사바늘로 찌르듯이 아프게 그리고 매섭게 몰아치고
햇빛이 거실의 절반을 소리소문없이 점령군처럼 점령해버린 11시 넘어가는 시간에
거실에 앉아 한참 tv를 시청하다가 어느날의 습관처럼 아파트 베란다 대형 창문을 통하여
나무들이 앙상한 나체를 드러내고 있는 산쪽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산책이나 가볼까'
거실문과 베란다 문을 열면 금방이라도 추운 바람이 기습한다는것을 알것인데 그래도 나는
옷을 단단히 입고 나왔다.
바로 앞에 보이는 등산로를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면서 마치 미래로 통하는 출구로 들어가는 것처럼,
산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첫발을 올렸는데 6~7년만에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전혀 낯설지 않다.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면서 10걸음 걷다가 쉬면서 내가 살았던 과거를
찾아보는 것처럼 뒤돌아보고 또 20걸음 걷다가 뒤돌아본다.
6~7년전 한참 아파트 바로 앞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올라가는 등산로를 통하여 짧은 시간동안
산행을 했었고 그때는 여름이였지만 현재는 추운 겨울이다보니 쉽게 감기에 걸릴것 같지만
그래도 집안에 있는 것보다는 시원한 공기하고 친구가 되는것이 좋을것 같았다.
남동생 부부가 사는 다른 아파트가 보이고 한참 걸어서 나무 숲길을 걷다보니 밝은 햇빛이 보이는
텃밭이 많은 특정 장소가 나온다.
사실 우리집에서도 예전에 1평정도 부모님이 텃밭을 구해서 채소를 길렀지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그 텃밭은 잡초가 무성한 쓸모없는 공간으로 남았다.
이 추운 겨울에도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중무장하고 등산가방을 들쳐매고 등산용 지팡이에 의지한채
올라가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들이 틈틈히 보이는데 2~3시간 걷다보면 부산시내 전체가 다보이는
황령산이라는 산에 도착한다.
물론 나는 예전에 남동생 차를 타고 올라가서 구경한적이 있지만 사실 집에서 등산로를 통하여
정상까지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어느정도 올라갔을까 빗물에 쓸러내려 온 것 같은 돌맹이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빗물 때문에
땅이 파진곳도 보인다.
사실 정상까지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꼭 산에 간다고 정상까지 올라가야하는 법은 없지만 중간까지 아니면 그 절반의 절반까지 올라가서는
내려 올 수 있는 일이다.
6~7년처럼 산행가면서 멈추었던 그 높은 자리에서 크게 산속의공기를 최대한으로 흐입해본다.
산위에서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산밑으로 내려오듯이 산위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그래도 견딜만하고 추운 겨울의 바람이라지만 산위에서 내려오는 바람인지 추운 겨울속에서
한참동안 얼음안에서 멈추었던 맑은 계곡물을 마시는 기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지만 손으로 한번만 만질 수 있다면 흘러가는 공기를 눈으로 보고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흐름에 나를 맡겨도 좋고 따라가서 호리병에도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1시간의 짦은 시간이였지만 추운 겨울 아침에 1시간은 마치 3시간이 흘러간 것처럼,
공기를 마시는 시간은 어쩌면 하산할때 산을 뒤돌아보면서 아쉬움을 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