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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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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아나고회가 먹고 싶더라


BY 새우초밥 2017-12-16

 

 

    어느날 갑자기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음식이 눈에 선하게 보이면서 먹고 싶을때가 있다.

    그런데 어떤 음식이던지 먹고 싶을때 내가 있는 장소가 집이라고 보았을때는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 나갈지 아니면 그대로 있을지 결정하게 되는데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날에는 정말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작은 구멍에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처럼,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싫다.

 

    그런데 지난 11월 말,

    부산에서 정관신도시라는 새로운 도시로 이사간 친구가 3번째로 전화를 걸어왔다.

    마침 그날이 저녁에 투석하는날이라서 다음날 간다는 약속하고는 전화를 끊었고

    다음날 오후에 30분에 한대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40분동안 달린 버스는 나를 친구가 사는 아파트 앞 정류장에 내려주고는 산에 올라간

    사람들이 저녁무렵에 하산하듯이 버스는 승객을 전부 내리고는 밑으로

    천천히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는데 사실 그 신도시는 산을 깍아서 만든 도시라서

    어느구간으로 가면 밑으로 내려가는 구간이 나온다.

 

    5분쯤 걸었을까,

    친구가 사는 13층에 올라가서는 벨 눌리고 문 열어주는 친구에게 농담으로

 

       "손님이 왔는데 마중도 나오지 않고 말이야..."

 

    친구가 사는 13층에서 보면 오른쪽으로는 지방도가 앞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데 역시 산바람이라 그런지 체감부터 다르다.

 

    한참 tv 시청중에 친구에게 오늘은 우리 아나고회나 시켜먹어볼까라고 제안하니까

    친구가 그러면 탕수육하고 같이 시키자고 말을 하는데 오랜만에 두가지를 한꺼번에

    먹을려고 하니까 행복하다.

 

    사실 지난번에 이 친구 집에 갔을때도 아나고회를 먹었는데 나는 다른회중에서

    광어회나 여타 다른회보다는 어린시절부터 입맛에 길들여진 아나고회가 좋다.

    학창시절 우연히 먹어보았는데 입안에서 오도둑 씻겨나가듯이 맛있는 아나고회가

    왜 그리도 맛이 있는지 그때는 초장에 찍어서 먹었지만 어른으로 살아가는 현재는

    초장이 아닌 간장에 찍어서 먹는데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부딪치는 생각들이 많듯이

    투석하면서 변한 나의 입맛 때문이다.

 

    20분쯤 지났을까 횟집에서 배달 온 아나고회안에는 상추며 깻잎,간장 초장까지

    부재료가 들어있고 접시에 아나고회가 한가득이다.

    첫 입맛으로 아나고회 2점을 간장에 찍어서 먹어보니 역시 내가 사랑하는 아나고회맛이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입맛이 자꾸만 아나고회를 내 입으로 가져간다.

    역시 나하고는 궁합이 맞았던것이다.

    사실 다른 회들은 입안에 들어가면 미끄러지듯이 내려가고 씹히는 맛이 없기에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회라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것이다.

 

    한 점 한 점 접시에서 사라지고 작은 종지에서도 간장이 사라진다.

    맛있는것은 어쩔 수 없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