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대청소가 있다며 주차한 차를 이동해달라는 방송을 듣고
차를 이동하고 올라왔더니 커피가 그새 식었다.
다시한번 커피를 데우면서...
어제 여고동창생을 만난 일이 떠오른다.
S는 가끔씩 보는 친구인데 나보다 내친한 친구와 더 가까운 사이니
우리 셋이 만날 때는 항상 나의 친한 친구가 중간 역할을 했는데
어제는 S가
나를 만난다고 바로 이웃에 살고있는 K까지 불렀다.
K는 S의 단짝인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같은 동네로
이사온 케이스란다.
나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어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인상이 차분하고 단아해서 가끔 S의 행사가 있을 때 만난게 고작인데
일부러 K까지 불러서 자리를 함께하니 고맙다.
S는 배려를 잘하는 친구다.
의자에 앉을 때도 먼저 안으로 들어가라고 나에게 양보하고
챙겨주는 스타일이다
셋은 어느새 타임머신을 타고 여고시절로 돌아갔다.
난 특별한 외모도 그렇다고 공부도 최고로 잘하는 우등생은 아니지만
그냥 반 모범생 정도로 하루를 그냥 재미없게 보내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가 약한 과목인 영어선생님이 담임이 되셨고
고고하고 지적인 미모의 선생님의 총애를 받으면서
알게모르게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나보다.
K를 통해 나와 외모가 닮은 친구 A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친구는 영어선생님과 상극이었단다.
소위 잘났다고 생각하는 A는 반항아 기질이 있어
담배도 피우고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그리고 남학생과 어울렸으니
영어선생님께 지적질을 당했을 꺼고,
그렇지만 유독 시를 잘 쓰고
글을 잘 써서 K가 그녀의 재능을 아까워하며 부러워했는데
나중에 국문과에 들어갔고 시집까지 냈다고한다.
하루는 영어시간에 S가 수업에 집중을 안 하고
선생님의 미모에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선생님께 딱 걸려 교무실까지 가게 되었는데
선생님이 꾸지람을 하시니
용기를 내서 "선생님이 너무 아름 다우셔서 공부에 집중 할 수가 없었어요."라며
고개를 숙여 말을 하니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어이없어 하셨다.
그다음부턴 선생님께서 친구에게 작은 미소를 띄워 주셨다는 소리에
우리 둘은 깔깔대며 웃는데 그다음 이야기가
자기도 선생님께 총애를 받고 싶었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넘 이뻐하시기에 자기가 더이상 다가갈 수 가 없었다는 말에
우리는 그 친구의 우픈사연에 더 빵터져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전혀 몰랐던 일이었는데 그친구의 마음속엔 영어선생님과 내가 늘 자리잡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뒤늦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친구는 또 교련선생님께도 마음이 있었는데 교련 선생님은 또 다른 친구를
이뻐해서 자기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나...
교련선생님도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여군출신이라 절도 있고 아주 기가 쎄신 분이지만
멋있는 선생님이셨다.
친구는 선생님의 사랑을 못 받고 좌절아닌 좌절 중에 마침 교생(남자) 실습을 오신
선생님이 그친구를 좋아해서 시험 감독일 때도 친구에게 눈을 못 떼신 선생님 때문에
이상한 소문이 나서 급기야는 그 교생선생님이 영어선생님(영어선생님 후배였다고)께 불러가
주의까지 받았고 그친구에게 미안했다는 쪽지까지 남겼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니
왜그리 재미있고 웃음이 끊기질 않는지
아마 옆에 앉은 새댁엄마들이 좀 시끄러웠을 것이다.
S덕분에 여고시절의 추억에 담아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지는데
내가 생각한 나의 여고시절은 좀 심심했다.
무슨이유에서인지 내게 다가오는 친구들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고
단짝 친구 두어명 정도와 매일 붙어 다니는게 고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알게모르게 그친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게 미안하고
내가 친구를 사귈 줄 모르는 맹추였나 싶기도하다.
내가 친구들을 좀 다양하게 사궜다면 지금의 생활이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친구들은 영어선생님이 할머니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며 나에게 숙제를 내준다.
꼭 수소문해서라도 연락처를 알아
한번 모시고 식사를 하잖다.
언젠가 교육 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 거기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사실 나도 오래 전 부터 선생님이 간절히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해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