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도 없이 지나가는 주말이 있고, 좋은 날이라 행사가 겹치는 날이 있다.
세가지가 겹쳐진 행사에서 그래도 순위를 정할 수 밖에 없기에
1순위인 아버님 생신을 둘째 서방님네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원래 생신은 다음 주 주말이지만 사정이 있어 이번 주로 하기로 합의를 한 것이다.
주말저녁이라 평일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인데 성질 급한 사람은 그래도 투덜거려야 하니
그려려니 한다.
거의 두 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한우집에서 저녁을 마치고 둘째네서 간단하게 다과시간을 갖기로
했기에 이사간 지 6년차에 둘째네 집을 가 본다.
막내네와 비슷한 시기에 이사를 했었는데 집들이에 대해 감감 무소식이더니
이번 추석에 둘째가 아버님 생신은 그쪽에서 하자고 해서 참으로 어렵게 집들이 아닌 집들이가 된 셈이다.
아버님은 날씨도 춥고 막내네 조카가 학원문제 때문에 참석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조금 서운하신지
그냥 집에서 미역국이나 먹고 말자는걸,
큰며느리인 내가 미역국은 당일날 드시면 되고 오늘은 그냥 가시자고
강행을 해서 둘째네로 이동을 한 것이다.
다행히 막내네도 조카가 알아서 학원가기로 하고 참석을 했다.
그야말로 둘째네는 어렵게 시작을 했었다.
우리가 전세자금은 해주었지만 일이 잘 안 풀려서 몇 번의 이사 끝에
미분양 아파트에 입주하고도 꽤 오랜시간이 흘러서야 늦은 집들이를 한다.
집집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난 여느집에 가는 것도 새로워 좋아한다.
막내네는 모던한 스타일이라 내게 편한감을 주고 막내와 나와 성격이 비슷한데가 많아서인지
집 스타일도 거의 비슷하다.
둘째네는 내 눈엔 좀 어수선해 보이지만 캐쥬얼 분위기로로 거실이 카페분위기로 꾸며졌다.
익숙한 붉은 체어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둘째 동서도 카페에서 봤는데 예뻐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단다.
무덤덤한 둘째 동서의 성격과는 좀 다른 집의 분위기를 살펴보면서
사람은 내가 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고 내가 모르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또한번 느껴본다.
솔직히 나도 나에 대해서 정확하게 잘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에 대해 안다는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사람을 겪을 때마다 느낀다.
집들이 선물로 고민하다가 준비한 파스타 접시를 보여주니 마음에 든다고 고맙다고 인사하니
다행이다 싶다. 선물 준비하는게 생각보다 상대방의 취향을 알아야 되니 쉽지만은 않다.
막내는 취향에 맞게 쓰시라고 봉투를 내미니 그것도 고맙단다.
궈염이 조카는 양말을 할아버지 선물이라고 내미는데 막내동서의 아이디어라는 걸 말을 안해도
알 수 있다. 막내는 그런 작은거에 신경을 쓰는 아기자기한 성격이다.
"동서 보기보단 아기자기한 거 좋아하나 보네?" 하는 물음에
아버님이 오신다고 하셔서 좀 꾸몄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거 같구
어쨌거나 부부가 하는 역할이 바뀌어도 남 보기에는 특히 시댁 남자들이 보기에는 좋은 모습이 아니어도
부부가 신혼초 에는 그리 싸우고 난리 치더니 이젠 자리잡아 잘사니 다행이다 싶고 보기 좋다.
울 막내동서 하는 말"아주버님이 파스타 맛있게 해 주시면 되겠네요.."^^
돌아오는 길에 아버님께 "아버님 궁금하셨을텐데 둘째네 집을 보니 좋으셨죠?" 하니 웃으시며
그렇다고 하신다..
큰 행사인 아버님 생신을 끝냈으니 원래 생신 당일에는 미역국과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