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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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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BY 천정자 2017-11-17

남편이 아침에 나가더니 저녁에 구치소에서 연락이 왔단다.

법정구속이었단다.

부랴 부랴 찾아 가봤더니 남편은 특정경제법에 위반되어 4년형을 구형받았는데

그 동안 가족 모르게 불구속으로 재판 받다가 ​갑자기 구속을 당하고 보니

그제야 불가피하게 가족에게 알렸다고 한다.

위 사건은 얼마전 구속된 남편의 아내가 나에게 물어 물어 찾아와서

한 애기다.

남편은 구속되고 당장 생계는 그렇다 치고 남은 채무는 고스란히

아내에게 청구가 돌아오니 법 몰라 절차 모르다가 누가 내 애길 했었나 보다.

결국 만나게 됐는데 정말 어이 없는 상황을 알게 되었다.

피해자는 감옥에 가고 가해자는 채권자로 돌변하여 고소한 상황인데,

너무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까 싶었다.

나 같은 아줌마에게 하소연하는데  애기만 들어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사업장이 어디에 있었냐 했더니 제주도란다.

범죄의 현장에 가봐야 실마리가 풀린다고 했더니 그럼 나랑 같이 가자고 한다,

이미 재판끝나 징역이 확정된 사건인데 이제와서 그 사업장에 간들 뭐가 나올까 싶었는데

어찌되었던 한 번 가보자고 한 것이다. 부랴 부랴 비행기 표를 끊고 타고 가서 현장에 가보니

콘테이너 한 박스만 덩그러니 있고,

지게차나 트럭은 어디에도 없었다.

주인이 감옥에 갔다고 물건들을 몽땅 실어 가져 간 것도 아닐테고 우선

트럭과 지게차의 등록번호를 조회, 등록증을 살펴보니 명의는 남편과 처 앞으로 되어 있었다.

제주도의 경찰서에 가서 도난신고를 하려고 했더니

그것도 마음대로 쉽지가 않다.

형사가 그런다.

 요즘은 ​도난신고도 잚 못하면 무고로 돌아온다고 눈에 팍 힘주고 두 아줌마를 아래 위를 살핀다.

밖에 나와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유자나무에 푸르딩딩한 애기 머리만한 유자가 익어가고 있었다.

바람은 부는데 얼굴이 왜 이렇게 땡기나 했더니 건조해서 그렇단다.

이 일을 어찌할까 앞으로 가는 길은 희미하고 막막하다.

그런데 그 때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경찰서란다.

채권자가 고소한 사건때문인데 제주도 경찰서란다.

우리가 그 경찰서 유자나무 밑에 앉아 있는데 ..

바로 다시 들어오란다. 들어가니 고소인이 와 있고, 우린 피해자가 되어 갔는데

고소인이 당황한 얼굴이다. 전혀 처음 본 얼굴인데 만나자고 약속도 없이 그것도 제주도 경찰서에서

딱 만났으니 우리도 그 쪽도 황당한 표정이다.

" 사기는요 돈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돈을 땡겨서 쓴 거예요" 형사가 그 말을 하는데

그 때 내가 그랬다.

" 저기유..그럼 우리 물건 차 팔아서 갚을테니 물건 좀 찾아줘유?'

형사가 그게 무슨 소리냐 물건을 찾아 달라니 증거 있냐고 한다.

지게차, 트럭 등록증을 내밀었다. 이 것은 우리 재산인데 도대체 어디 갔나, 누가 가져가서 쓰고 있나

우리부터 고소를 해야 겠다고 했더니 형사가 등록증을 뚫어져라 살펴보더니

'이거 복사헤도 되지요?" 한다.

아내가 참고인으로서 진술조서를 쓰란다.

나를 쳐다보더니 뷸안하게 말한다.

"어떻케요?"

걱정말라고 진술조서는 형사가 쓰고 주니까 읽어보고 사인만 하라고 했다.

나중에 읽어 보니 지게차와 트럭도 재산에 포함되어 사기미수는 아니란다.

얼른 사인하라고 했다. 지문날인도 꾸욱 찍었다.

밖으로 나오니 ​어두워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이젠 우리가 할 일처럼 천천히 불빛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제주도 바람은 진짜 건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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