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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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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같은 친구


BY 마가렛 2017-11-01

참깨같은 친구 

베란다 쇼핑속에 숨어있는 참깨를 보고 지나치다가

 그릇장의 참깨통을 보니 바닥이 보인다.

성묘 갔을 때 시골 친척분이 챙겨 줬다는 참깨인데

언젠가 필요할 때 볶자 했던 것이 바로 오늘..

 

오늘은 참깨 볶는 날로 정하자!

참깨를 언제 볶아봤어야 볶죠...ㅎ

일단계로 인터넷을 뒤져 몇 군데를 흩어보고

큰 양푼에다 참깨를 붓고 물을 부어 둥둥뜨는 잡티와 깨껍질을

뜰채로 건져냈다.

몇 번을 행궈냈는데도 잡티가 계속나와서

엄마께 급하게 전화를 드렸더니 찬물이 아니라

따뜻한 물에 깨를 넣어야 잡티와 불순물이 둥둥 잘 뜬다고 하신다.

그렇게하고 나서 속이 깊은 팬에 적당히 물이 빠진 깨를 넣어

볶아주었더니 한참 만에 깨의 색깔이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깨가 톡톡거리면서 하나씩 소리를 내는데

그소리가 참으로 듣기좋고 고소한 내음새가  기분좋게 코에 와닿는다.

엄마는 깨 볶는게 쉽지 않다며 남은 깨는 갖고 오라고 하셨다.

80이 넘은 어무니가 깨를 볶아주신다고..

에이 아무리 양심이 없는 딸이라고해도 이번엔 제가 스스로 해 볼테야요.

혼자 할 수 있다고 장담 했는데 ㅎㅎ 맛나게 잘 볶아져서 성공!
 

오늘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는 무조건 뭘 주고 싶었는데

갓 볶은 깨를 선물해야겠다.

예쁜 유리병을 재활용하려고 뽀드득 닦아 놓았었는데

오늘이 잘 사용할 수 있는 날이렸다.

유리병에 한소큼 더운김을 날린 깨를 깔대기를 이용해서 붓고

작은 선물포장지로 포장을 하니 이쁘다.

행복하다.

비록 별거아니지만 친구에게 준다고 선물하니 행복하다.

내가 친구에게 받은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니까.

마침 준비되어있는 앙징맞은 종이백도 있네?

 

친구와 커피타임을 갖고 헤어질때 준비한 쇼핑백을 내미니

친구는 궁금해 하는 얼굴로, 미소가득한 얼굴로

포장지를 뜯어보더니 빵터지게 웃는다.

아마 참깨가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어떻게 깨 볶을 생각을 하고

어떻게 자기까지 챙길 생각을 했냐고 묻기에

"그냥..." 이라고 대답했다.

그냥 좋다는 말이 있다.

왜?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자면 힘들고 조건부 같아서

왜?라는 질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조하~ 니가 좋아~~~

 

 

참깨같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