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91

나는 불량주부다


BY 만석 2017-10-18

나는 불량주부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 들어갔다는 말인가.”

이사를 한지 오늘이 두 달째. 이제쯤은 어디에 무엇이 있다는 게 머리에 입력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무엇이 어디에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찾아 헤매기를 자주한다. 이제껏 도통 나타나지 않는 것들도 제법 있다.

 

귀한 물건이라면 혹 손을 탔나 하겠으나, 그렇지도 않은 것이 나타나지를 않는 게야. 포장이 작아서 빠졌다면 몰라도 가히 작은 덩치도 아니라는 말씀이야. 손님 접대용 수저를 모아놓은 수저통이 보이지를 않는다. 은수저를 모아놓은 꾸러미가 없는가 하면 선 그라스를 담은 박스도 보이질 않는다. 지난 명절에도, 아들네서 분가해간 수저를 공수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어디에선가 까꿍하고 나타날 것만 같아서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나는 워낙 불량주부라서, 박박 문질러 닦아야 하는 은잔을 꽁꽁 묶어 보관하였더니 그도 행방이 묘연하다. 혹 짐을 부리다가 빠진 것이라면 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인의 전언이다. 절대로 다시 돌아와서 전해주는 예가 없었다는 경험담을 듣고는, 급한대로 보림이 수저만 구입을 했다.

 

두 달 전 포장이사를 했다. 아주 편하고 쉽게 이사를 했다. 타인의 손을 빌리자니 어디 내 손으로 한 것만 하겠나마는 그래도 이제쯤은 나타날 것은 나타나고, 제 자리를 찾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를 않다. 짐을 나르는 아저씨가 네 분이었고 주방 일을 전적으로 맡아 하는 아주머니가 한 분이었다. 그러나 누구에게 물어볼 상황도 되지 않는다.

 

이사를 하기 전에 웬만하지 않은 건 버리고 왔기에, 영감은 자꾸만 내가 버렸나 보다고 한다.

버릴 것만 버리지 아무 거나 버려요?” 옥신각신이 서너 차례. 이제는 내가 입을 다물고 만다.

또 뭘 찾누?”영감이 묻는다.

영감은 잘 따라왔나 하고 살피지요.”했다. 호호 하하 우린 서로 마주보며 웃고 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