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마누라의 쓰레기와의 전쟁
이사를 하고 나니 우리 집 담장 아래는 쓰레기하치장을 방불케 했다. 그동안 집을 계약하고 여러 번 둘러 보았다. 그때마다 담장밑에는 쓰레기가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다. 집 주인이 이사를 준비하느라고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구나 생각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도 이사 준비를 하면서 버려는 물건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이사를 하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너도나도 버리기 고약한 물건이 우리 집 담 모퉁이에 쌓이고 있었다. 이미 적재 되어 있는 쓰레기를 50kg짜리 봉지에 넣어 4개의 자루를 만들었다. 마음이 정리 된 듯 홀가분했다. 영감과 내가 작업을 하는 동안 이웃에서 말했다.
“도통 집 관리를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집주인이 쓰레기를 내다 쌓아 두던 걸요.”
규격봉투는 수거차량이 옮겨 가고 내 집 담장은 환해졌다. 그러나 그도 단 하루. 다음 날부터 쓰레기는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시각을 어떻게 용하게도 알아서 버리는 지 도무지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자고 나면 수북히 쌓이는 쓰레기 더미를 제지할 재간이 없었다. 다시 쓰레기 수거용 규격봉지를 사 날라도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자 나는 화가 났다,
도대체 아직도 이리 못 된 양심이 있으랴. 집주인이 보지 않는 시간에 쌓아 놓은 것을 보면 양심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그 알량한 양심을 흔들어 보자. 마음을 먹고 달력 뒷장에 커다랗게 썼다. ‘내 집 쓰레기는 내 집 앞에 버리세요. 이곳에 버리면 고발조치 하겠습니다.’ 내 딴에는 아주 정중한 마음으로 이렇게 써 붙였다.
효과는 있었다. 그날 이후로 쓰레기는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드시 여기에 버려야겠다는 고집스러운 비양심가가 지금도 있다. 자고나면 모이는 쓰레기. 불침번을 서기로 마음 먹었다. 하루이틀 살고 말 것도 아니니 말이지. 붙잡아서 어떻게 할까. 공연히 내 가슴이 방망이질을 했다. 이러다가 고약한 사람을 만나서 큰 싸움이나 되지 않으려나.
잡았다. 내 집 마당 감나무 밑 어둑한 그늘에 섰으니 아마 내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비닐에 싼 봉지를 바로 내 코앞에서 버리고 있었다.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반. 용기를 냈다.
“여보세요. 그거 들어요. 왜 여기다 버리세요. 나도 쓰레기봉투를 사다가 치워야 해욧.”
다행히 그 남자는 놀란 토끼 모양으로 쓰레기를 다시 손에 들고 줄행랑을 쳤다.
휴~! 이젠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사람 없으려나. 웬 걸. 그래도 낯선 쓰레기는 모이고 있었다. 지나가는 이웃이 주거니 받거니 말했다.
“여기가 어찌 이리 말끔 하댜? 우리 뒷집도 여기다가 버리더라니까.”
“그이는 하는 짓마다 그리 못 됐다니까.”
“가서 전하세요. 이 집 주인이 새로 이사 왔는데 아주 사납게 생겼더라고.”
“이집 주인이슈?”
고개를 끄덕이자 말했다.
“무섭게 생기지도 못했구먼서두 하하하.” 내일부터는 눈썹을 좀 찐하게 그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