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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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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이와 달콩이 4


BY 러브레터 2017-09-27

알콩이와 달콩이 4
똑똑
!

 

누구세요!

 

오늘 새로 이사 온 연애세포인데요!

 

그런데요?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요!

 

왜 친하게 지내야 되는거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해드릴게요!

 

어떻게 장담할 수 있죠?

 

앞으로 저랑 친하게 지내면 알게 될거예요!

 

상처받을 거라고 미리 예고하고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요!

 

모든 사랑이 상처받는다는 생각은 버려요!

 

한 번도 해 본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요?

 

그래요! 지금 다가온 그 사랑, 놓치지 마세요!

 

 

가슴에 다가와 누군가가 속삭인다.

 

 

지금 이 사랑, 설마 착각은 아니겠죠?

 

아니예요! 순수하게 받아들이세요!

 

그가 내민 손을 꼭 잡아 보세요!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 사랑을 맞이한다.

 

 

 

오늘부터 일해도 돼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귄다고 해서 완전히 마음에 든다는 건 아니예요!”

아직 그쪽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거든요!”

 

좋아요! 일단 면접부터 보기로 하죠!”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하게 좋은거니까요!”

아침 일곱시에 출근하세요!”

밤에 술 적당히 드시고요! 다음날 일하는데 지장있으니까요!”

 

합격인가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거리에는 어깨를 기댄 연인들이 우산 하나에 비를 피하며 사랑을 속삭인다. 횡단보도앞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이에도 사랑을 속삭이는 어린 연인들이 얄밉지 않다.

 

조심스럽게 사랑이 시작된다.

혹시라도 깨져 버릴까봐 겁이 나

살금살금 다가와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알콩이와 달콩이가 그린 달콤한 캐릭터들은 불이 나게 팔렸어요

연인들이 달콤하게 깨를 볶으며 하트를 만들어내는 디자인은 대박이 났어요

덕분에 알콩이와 달콩이는 큰 부자가 되었어요

동네 사람들은 돈 앞에서 오래 가는 커플은 없다고 하면서

알콩이와 달콩이를 질투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날마다 날마다 알콩이와 달콩이집에는 고소한 깨 볶는 냄새가

끊이지 않고 진동을 했어요

앞집에 사는 알록달록 커플이 싸우기 시작했어요

달록이가 알록이 몰래 회사를 그만뒀거든요

달록이는 매일밤 게임을 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을 밥 먹듯이 해서

잘린걸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었어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척 하면서 공원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왔어요

달록이는 공원에 앉아서도 정신을 못차리고 게임에 정신이 팔려 있었어요

너무 게임을 열심히 해서 새벽이 되는것도 잊어버렸어요

벤치에서 잠을 자던 노숙자가 게임하는 소리가 시끄러워

한바탕 난리를 친 적도 있었어요

달록이는 열심히 일하다가 퇴근시간을 놓친것처럼 연극을 하면서

집에 들어가곤 했어요

알록이는 달록이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싶어 너무 기분이 좋았죠

깜빡 속은것도 모른 채 지내다가 월급날이 되어도 통장이 조용해서

달록이한테 물어봤어요

달록이는 들켰구나 싶어서 죽은 척 말이 없었어요

알록이는 달록이의 핸드폰과 노트북을 압수해서 없애 버렸어요

한 번만 더 게임을 하면 끝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죠

달록이는 무릎꿇고 싹싹 빌었어요

알록이랑 헤어지면 갈 곳이 없거든요

알록이는 알콩이와 달콩이 커플을 질투했어요

매일 헤어지라고 저주를 퍼부었죠

그럴때마다 알콩이와 달콩이는 더 깨를 많이 볶았어요

동네 사람들은 알콩이와 달콩이를 방향제 커플이라고 불러요

깨 볶는 냄새가 너무 고소해서 온동네를 웃게 하거든요

알콩이와 달콩이는 매일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를 개발했어요

달록이는 게임중독을 이겨내고 다시 회사에 취직을 했어요

알록이는 달록이가 또 게임을 할까봐 전화만 할 수 있는 핸드폰으로

바꾸어 놓았어요. 달록이가 게임비로 날린 돈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덕분에 알록이와 달록이는 다시 고소한 깨를 많이많이 볶게 되었어요

 

 

친구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지금 착각하는거 아닌거 맞는거지?”

믿어지지 않아! 다시 사랑이 찾아 왔다는게 믿어지지 않아!”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없었거든!”

그 인간한테 느꼈던 배신감 한 번에 달아날거 같아!”

나도 사랑받을 자격 충분히 있는거지?”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벽을 응시하는 친구의 플라스틱 눈망울이

밤하늘 별빛에 반짝인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따사로운 아침햇살이 반갑게 미소지으며 출근길을 반겨준다.

불빛이 반짝이는 건물 편의점 앞에 대걸레를 들고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직원보다 일찍 출근해 부담을 주는 민폐상사다.

그러면서도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누군가를 향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그 설레임이 부디 상처받지 않기를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교복을 입은 커플이 테이블에 앉아 예쁘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개교기념일인것도 모르고 학교에 가려다가 이제야 생각이 났다고 하면서

배꼽을 잡고 웃는다. 다시 집에 가면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을까봐

라면으로 아침을 먹는 아이들의 얼굴에 잠시동안의 여유가 느껴진다.

블로그에서 본 음식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재미에 푹 빠진 모습이다.

요리사가 꿈이지만, 부모님 반대로 조리과에 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울먹이는 모습에 눈물이 고인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난 후 일회용 그릇에 예쁘게 담아 테이블 가득 올려 놓는다.

긴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매고 땀을 흘리고 있는 여자친구의 이마를 닦아주며 살짝 입맞춤을 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러면서도 혹시라도 선생님한테 들킬까봐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며 눈치를 본다. 학교내 연애금지 라는 이유로 몰래 숨어서 만나야 한다는 게 슬프다면서 한숨을 푹 쉰다.

입천장이 데일까봐 호호 부어서 입속에 넣어 주는 모습이 예쁘다.

영화를 찍으며 한바탕 로맨스 영화를 찍고도 헤어진 건물주 커플이 생각난다.

소꿉놀이 하듯 토닥토닥 싸우며 하는 이야기가 궁금해 살포시 테이블에 걸터 앉는다.

 

엄마가 오늘 개교기념인줄 몰라서 다행이야!”

 

그러게!”

 

알았다면 과외시간 앞당겨서 하루 종일 감금해 놓았을거야!”

 

과외선생님은 오늘 개교기념일인 거 몰라?”

 

알아도 아는척 안하기로 했어!”

다 일러 바치면 내가 난리치니까!”

 

 

일 안하고 거기 앉아서 뭐해요?”

냉장고 앞에 가득 쌓여 있는 물건들을 가리키며 야단을 친다.

교복커플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숟가락 하나로 나누어 먹으며 사랑을 속삭인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한 편의 귀여운 커플의 소꿉놀이를 보는 것 같아 재밌다.

 

저 꼬맹이들 얼마나 갈거 같아요?”

 

?”

 

아까부터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부러워하던 저 교복커플이요!”

 

여기 와서 로맨스 영화 찍는 꼬맹이들 중에 제일 오래 가는 애들이거든요!”

 

그게 힌트인가요?”

 

그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래 가는 커플이라...”

 

한참동안 생각에 잠긴다.

교복커플들이 정의하는 사랑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네일 오래 된 커플이면 1?”

 

뭐 내기할까요?”

 

뭘 내기하지?’

 

와인 내기?”

 

와인 좋아해요?”

 

!”

 

어떤 와인 좋아하는데요?”

 

로제와인이요!”

 

좋아요! 오늘부터 관찰일기 써요!”

 

관종이예요?”

 

도리도리! 저 커플 여기 우수고객이예요!”

 

 

한 시간

두 시간

교복커플의 달달한 소꿉놀이는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윤서후씨!”

 

두리번두리번

아무리 둘러보아도 대답이 없다.

 

윤서후씨! 왜 대답을 안해요?”

 

그제서야 번개처럼 스쳐가는 깨달음 하나!

 

! 내 이름이 윤서후였지!’

 

한참동안 잊고 있던 이름이다.

 

자기 이름도 까먹었어요?”

아니, 어떻게 한참동안 불러도 대답을 안해요?”

 

“....................”

 

아무도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이 없어 이름도 없는 그림자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