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신이와 그 인간의 sns 친구를 취소하고 알리미 버튼을 꺼버렸다.
이제 둘이 사랑을 하거나 말거나 상관없는 일이다.
두 손을 꼭 잡고 떠나는 마지막 사진을 한참동안 들여다 보며
작별인사를 건넨다. ‘ 깨져서 울지 말고 오래오래 사랑해랴!’
낡아서 물이 빠지고 지퍼가 고장난 운동복을 벗어 던지고
쇼핑몰에서 새로 산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거울앞에 선다.
부스스한 머리를 곱게 빗고 누렇게 뜬 얼굴에 비비크림을 바르고 변장을 한다.
부르튼 입술의 허물을 걷어내고 립밤을 바르고
그 위에 색이 고운 립스틱을 바른다.
아이섀도우를 바르고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힘껏 올려 본다.
아껴 두었던 향수를 뿌리고 썬글라스로 마무리를 했다.
여전히 그는 혼자서 넓은 편의점을 청소하고 있다.
“ 어서 오세요!”
한 눈에 봐도 놀란 눈치다.
부스스한 얼굴에 낡은 운동복을 벗어 던지고 변장한 보람이 있다.
“ 오늘 무슨 일 있어요?”
놀란 눈으로 그가 말을 건넨다.
“ 네! 있어요!”
“ 무슨 일이요?”
“ 그 전에 물어볼게 있어요?”
“ 무슨 일인데요?”
“ 지난번에 나한테 한 말 기억해요?”
그는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는 얼굴이다.
“ 편의점에서 일하라는 말이요?”
“ 아니면 사귀자고 한 말?”
“ 둘 다요!”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이마를 툭 친다.
“ 나 아직 젊어요! 뇌세포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요!”
“ 치매 안걸렸어요!”
“ 그럼 기억한다는 말인가요?”
조용히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그 대답 오늘 해도 될까요?”
또 고개를 끄덕인다.
“ 우선 사귀자는 말은....”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하는 그의 모습이 재미있다.
“ 오늘부터 사귀면 1일이 되는건가요?”
“ 그럼 우리 오늘부터 사귀어요!”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다.
웃는 모습이 끌린다.
이미 가슴가득 그의 모든 것들이 스며들고 있었다.
멀리 도망가 버렸던 행복이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온다.
알콩이와 달콩이가 깨를 볶는데 지쳤나 봐요
오늘 알콩이와 달콩이가 싸웠어요
알콩이가 달콩이가 만든 음식이 맛없다고 투덜거렸거든요
달콩이는 알콩이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요리를 했거든요
어제 저녁부터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하고 재료를 사다가 준비했어요
분명히 조리법을 써 놓은대로 똑같이 했는데
사진처럼 예쁜 모양이 안나오고
맛도 이상하게 된거예요
그래서, 달콩이는 막 화를 냈어요
레시피를 보여주면서 분명히 그대로 했는데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달콩이는 요리를 정말 못해요
달콩이가 제일 싫어하는게 요리예요
라면을 끓이면 맛이 아주 분명해요
물이 너무 많아서 확실하게 싱겁거나
물이 거의 없어서 확실하게 짜요
전기밥솥에 밥을 해도 물을 잘 못맞춰서 밥이 되거나 아예 죽이 돼요
달콩이 손을 거쳐 간 그릇들은 무사하지 못해요
모두가 한 번 스치면 운명을 달리 하죠
분명히 진열장에 그릇이 많았었는데 보이지 않아요
다들 어디 간걸까요?
요단강 건너 매 타고 황천길 갔어요
너무 많이 보내서 요단강에 줄을 섰어요
알콩이는 절대로 비싼 그릇을 사지 않아요
달콩이가 그릇을 새로 산다고 하면 한숨부터 쉰답니다
얼마 못가서 운명하고 만다는 걸 잘 알거든요.
달콩이는 알콩이의 잔소리와 한숨에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그릇들을 샀어요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오는 예쁜 그릇들을 보면 자동으로 클릭을 하게 되거든요 . 알콩이한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예쁜 그릇에 담아 주고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매일 쇼핑을 해요
알콩이가 알면 난리를 쳐서 달콩이는 대문앞에서 그릇이 올때까지 지키고 있어요. 어제 인터넷에서 본 파스타가 맛있어 보여서 열심히 만들었는데 실패했어요. 달콩이는 알콩이가 맛없다고 하니까 너무 속상했어요.
알콩이는 일부러 맛있다고 쇼를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너무 힘들었어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스파게티면은 덜 익어서 딱딱하고
해산물은 너무 비린내가 많이 나고
국물은 너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어요
억지로 삼키려다가 토할뻔 했거든요
사랑하는 달콩이가 만든 음식이지만, 맛없는 건 어쩔 수가 없었어요
알콩이는 요리를 못하는 달콩이를 위해 요리를 배우기로 했어요
매일 요리 동영상을 틀어놓고 연습을 했어요
요리가 너무 재밌었어요
알콩이는 요리가 이렇게 재밌는 건줄 처음 알았어요.
요리를 못하는 달콩이 대신 알콩이가 매일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덕분에 달콩이는 아침에 늦게까지 잘 수 있었어요
알콩이와 달콩이는 캐릭터 디자이너예요
알콩이는 요리를 하면서 사진을 찍어 캐릭터로 만들기로 했어요
달콩이는 달콩이가 요리를 하면 옆에서 구경을 해요
요리를 하는 달콩이가 너무 멋있어서 자꾸 웃음이 나와요
고소한 깨 볶는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언제 그렇게 싸웠냐는 듯이
알콩이가 맛있게 음식을 만들면 달콩이는 맛있게 먹어요
달콩이는 젓가락 대신 입술로 알콩이 입속에 쏙 넣어 주기도 했어요
지나가던 울퉁불퉁 커플은 구경하다가 닭살이 돋아서 죽는 줄 알았어요
울퉁이와 불퉁이도 쪽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하면서 약을 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