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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베니스로


BY 만석 2017-09-23


밤은 절정에 달하고 ‘올드타운’에서는 전구쇼가 펼쳐졌다. 우리의 기술은 어디에서나 그 빛을 발했다. 온갖 각양의 모형이 점 하나라도 전구로 이어졌다 하니, 가히 ‘코리아 만세’가 절로 터졌다. 전구쇼가 끝나고 숙소인 Mirage 호텔에 들어오니, 아직도 눈앞은 총천연색 전구가 번쩍거리고 다리는 피곤했으나 ‘구경 한 번 잘했네~.’

 

(7/13)‘이렇게 몸이 거뜬할 수가♪♪~’
‘내일 아침 일어날 수나 있을까?’ 걱정했던 어제와는 달리, 아이들이 몰려오기 전에 나는 화장을 이미 끝내고 있었다. ‘여행의 묘미는 경험’이라 했다나? 풀장엘 다녀오는 코스가 정석이라고. 호텔 풀장엔 각양각색의 관광객이 운집하고 있었다. 이젠 탈의 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내 몸매엔 나도 관심이 없었다.

 

호텔 라운지에서 쏟아지는 땡볕도 마다하고, 분위기를 내며 멋진 점심을 먹었다. 자유의 나라 미국임을 실감했다. 잠깐의 인연으로 같은 풀장에 서너 시간 몸을 담궜을 뿐인데도, 그들은 우리가 풀을 떠나자 손을 높이 흔들며 배웅을 했다. 아쉬워하는 손녀딸들을 몰아 풀장을 떠나 ‘베네치아 호텔’로 이동을 했다.

 

아~, ‘베네치아’ 호텔. 말 그대로 베네치아였다. 실내로 들어왔으나 천정은 아직도 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맑은 하늘. 물 위에는 콘도라가 손님을 태우고 흐르고 있었고, 뱃사공의 ‘산타루치아’가 청명하게 흘렀다. 배에 오르기 전에 받아든 장미 송이로부터 향을 흠미하며, 나는 잠깐 ‘르네상스’의 긴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이 되어보았다. 큰딸네 식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하여 막내딸 내외와 콘도라에 동승했다. 놀랍기는 그들도 마찬가지라 했다.

 

돌아보아도 또 돌아보아도, 아무리 둘러보아도 여기는 이탈리아의 베니스가 아닌가. 베니스의 한 덩어리를 케익을 잘라 놓은 듯한, 미국 ‘베네치아 호텔’ 속의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텔 속이라는 느낌은 손톱만큼도 생각되지 않았다. 천정의 구름까지도, 하늘까지도 그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서, 이탈리아의 콘도라 속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묘한 상술이 부러웠다. 우리는 왜 이게 되지 않느냐는 말이지.

 

남의 것에 감탄만 하지 말고 우리 것을 찾자하여, ‘김치’라는 식당엘 들어갔다. 미국에 왔으니 미국말 좀 쓰자.

“오 마이 갓!” 남의 것에 감탄한 뒤라서가 아니라 이건 아니었다. 김치 맛을 흉내 낸 것도 아니고 미국식으로 개량을 한 것도 아닌 맛. 분명히 한국 사람을 겨냥한 것 같은데 맛은 아니었다. 국위 선양을 위해서 조언을 좀 해 주고 싶었으나 꾹 참고 자리를 떴다.

 

저녁 식사 뒤에는 세계3대 서커스단인 ‘태양의 서커스'O쇼’의 공연을 관람했다. 서커스는 동서고금을 통한 세계 불변이었다. 무대가 좀 더 세련되고 배우의 의상이 좀 더 화려한 것이, 우리의 것과 다르다면 다른 풍경이었다. 아, 무대에 실물이 있어서 불이 실제로 활활 타오르고, 물이 콸콸 흐르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군.

                                                                        <콘도라를 타고>
이탈리아의 베니스로이탈리아의 베니스로                                                                < O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