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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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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 영원히 깨질지어다 1


BY 러브레터 2017-09-17

샴페인이 달콤하다.

한모금씩 입안을 스쳐 갈때마다 느껴지는 감미로움에

지나간 사랑이 그리워진다.

샴페인이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인간이 너무 그립다.

투명한 유리잔에 비치는 그 인간의 우수에 젖은 눈빛이

 눈물로 스쳐 지나간다.

한 번도 잔을 함께 하지 못한 채 바라보기만 했던

궁색했던 지난 시간 마저도 사랑했기에 견딜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매일 화보를 찍는 듯 느껴지는 존재 그 자체가 행복이었고 사랑이었다.

 

친구야! 왜 난 바보처럼 몰랐던걸까?”

그 인간이 그렇게 우수에 젖은 척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건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사랑했기 때문이란 걸 말이야!“

내가 참 멍청했어!”

상처는 상처대로 받으면서도 바보처럼 모르고 있었어!”

 

샴페인이 달다.

샴페인잔 사이로 눈물이 반짝인다.

친구는 슬픈 내 눈을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달달한 사랑에도 자격이 있는걸까?”

난 그런 꿀 떨어지도록 달달한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거니?”

너도 내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런거야?”

 

아니! 넌 충분히 달달한 사랑을 할 자격이 있어!’

 

친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잔위에 마지막 남은 샴페인 몇 방울이 슬프게 찰랑거린다.

 

 

 

달달한 사랑에도 조건이 필요한거니? ”

그런거니?‘

왜 대답이 없어? ?”

왜 대답이 없는건데? 왜애?”

설마 너마저도 날 무시하는 거니?”

 

조용히 의자에 앉아 말없이 바라보는 친구 에게 울먹이며 화풀이를 한다.

 

꽁냥꽁냥 ! 나도 그런 사랑 해보고 싶다고!”

다 그렇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사는데 왜 나 혼자만 불행한건데?”

왜 나 혼자만 바보같이 사랑도 못받으면서 마음 아파하고 면서

살아야 하는건데?“

얘기해 줄 수 있니?”

난 정말 달콤한 사랑을 할 자격도 사랑받을 자격도 없는거니?”

그런거니?”

 

맑았던 하늘이 울음을 터뜨리듯 후두둑 빗방울이 창문가에 내려앉는다.

친구는 눈물의 의미를 이해하는 듯 불빛에 반사된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본다.

친구 앞에 놓인 샴페인잔을 빼앗아 벌컥벌컥 마셔댔다.

목줄기를 흐르는 그 달콤함에 화가 나 참았던 눈물이 다시 왈칵 흘러 내린다.

친구를 끌어안고 한참동안 엉엉 울고 말았다.

 

나랑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

사실 많이 외로웠거든! 혼자 하는 사랑이 너무 힘들었어!”

아무래도 둘이 하는 사랑은 나랑 안아울리나봐!”

 

sns 속 그 인간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입꼬리가 하늘에 닿는지도 모른 채

한참동안 웃고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수입 캔맥주를 들고 폼나게 셀카놀이를

즐기고 있다. 해신이는 답글을 신나게 달면서

그 재밌는 놀이에 장단을 맞춘다.

그 때 바보처럼 모르고 있었다.

먼 곳을 바라보던 그 우울한 눈빛이 해신이를 향해 있다는 걸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세상에서 오빠가 제일 멋있어!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내 옆에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구역질 나도록 닭살 돋는 답글과 함께 알록달록 하트들이 도배를 한다.

처음 가르친 제자가 일등을 했다고 자랑질이 대단하다.

 

 

처음 가르쳐 본 제자가 당당하게 일등을 했다.

이번 시험이 너무 어려워 많이 틀릴줄 알았다.

녀석 어머니는 신이 나서 싱글벙글이다.

서울대에 꼭 보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애기하던 게 생각이 나

악착같이 가르쳐야만 했었다.

그 집은 서울대에 가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삼는 이해 못할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직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살 것 같다는 생각은

그저 평범한 서민들의 생각이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상류층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험을 봐서 일등을 못해 잘려 나간 과외 선생이 여러명이다.

공무원 시험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던 어느 날,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청난 부잣집인데다가 과외비도 많이 주는 집이 있는데

해 볼 생각이 없냐는 귀가 번쩍 뜨이는 제안이었다.

그저 돈을 많이 준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덥썩 미끼를 문 걸 처름에는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람을 느낀다.

덕분에 해신이와의 사랑도 더 깊어질 수 있었고

아줌마들 입소문에 더 많은 과외 자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텅텅 비었던 다이어리 공간들이 하루하루 빽빽하게 과외 스케줄로 차고 넘친다.

해신이는 이번에 산 건물에 학원을 차려 보는게 어떻냐고 하지만,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지금 이대로 해신이와의 사랑이 계속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어

생각없이 무조건 좋다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에 받은 보너스로 해신이와 첫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해신이는 벌써부터 들떠 있다.

여행이라고?’

그것도 해신이랑 단 둘이서 간다고?’

내가 여행 한 번 가자고 할 때는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

 

다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서러워서

분해서

그리고, 그 달콤한 사랑이 부러워서

하염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쏟아진다.

양손 가득 짊어지고 온 캔맥주를 꺼내 단숨에 마셔 버린다.

술잔을 마주할 누구 하나 없기에 더 슬프게 느껴진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친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로봇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공무원 시험에 여러 번 떨어지고 회사 마저 잘리고 나니 친구들은 하나씩

연락을 끊어 버렸다.

 

친구앞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동안 멍하니 눈동자를 바라본다.

불빛에 반사되는 플라스틱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넌 아무 생각도 안하니까 참 좋겠다!”

매일 생각하고 산다는것도 참 괴롭고 힘든 일이야!”

왜 인간은 매일 생각을 하고 고민해야 하는걸까?”

너도 사랑을 해 본적이 있니?”

아무리 똑같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형이라도

감정이라는 게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왜 인간만 감정을 느끼고 살아야 하는 걸까?”

 

친구는 여전히 아무 말없이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해신이의 sns 는 벌써부터 여행 갈 생각에 들떠서 난리를 치고 있다.

 

처음으로 가는 커플여행

고마워! 오빠!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하며 옷장을 열어 봤지만 마땅히 입을게 없다.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르기 위해 열심히 홈쇼핑을 두리번거리는 중

삐리삐리!

아직 레이다망에 걸린 입을만한 옷은 없다.

 

 

웃기고 누워 계시네요!’

 

최대한 언어를 순화시켜 답글을 써보려다가 또 다시 삭제버튼을 누르고 만다.

잠잠하던 해신이의 쇼핑중독이 다시 활개를 친다.

개버릇 남 못준다는 말이 딱 맞다는 걸 실감한다.

 

 

삐리리!

오빠가 좋아하는 옷 스타일 찾았다!

월척이다!

드디어 찾았다!

그것도 아주 저렴하고 훌륭한 가격에 득템이다!

바닷가에서 너무 잘 어울리는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기분 좋게 바구니에 담으려는 순간,

노트북이 말을 듣지 않는다.

바이러스를 먹은 걸까?

지금 사지 않으면 안되는데 미치겠다.

 

 

속으로 배꼽을 잡고 깔깔 웃었다.

이보다 더 고소한 땅콩은 세상에 없다.

얼마 전 홈쇼핑에서 사려다가 너무 비싸서 못산 원피스였다.

그걸 감히 해신이가 사려고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늘도 해신이의 악행에 분노하시어 벌을 내리신 게 틀림없다.

! 고소해!

이렇게 고소할 수가 있나?

누구 맘대로 둘이 여행을 가?

 

펑펑 울면서 마시던 맥주가 너무 달게 느껴진다.

너무 신이 나서 마시다가 뿜을 뻔 했다.

 

 

노트북이 이제 가면 다시 오지 않을 먼 곳으로 가 버렸다.

진작에 핸드폰으로 홈쇼핑을 했어야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노트북을 보내는 사이 그 원피스는 다 팔리고 말았다.

너무 억울해 엉엉 울고 싶었다.

 

 

울고 있는 이모티콘이 도배를 한다.

진짜 웃기고 누워 있다.

맥주를 마시고 안주로 먹는 땅콩이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