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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이 오스카상 수상


BY 만석 2017-09-16

만석이 오스카상 수상

7/10. 오늘은 사위가 사무실로부터 호출을 당했다. 사위가 아니면 해결이 되지 않을 일이 생겼다 하니, 투덜거리면서도 출근을 했다. 오늘은 쉬어가는 셈 치고 수영장 나들이나 해야겠다고 쟈쿠지를 다녀왔다. 저녁에 퇴근을 한 사위가 언짢은 기분이다. 내일 한국에서 날아오는 거물급 바이어가 있는데, 사위가 접대를 해야 한단다. ‘그 사무실엔 그리도 인재가 없나?’ 아니지. 내 사위가 워낙 출중하니까 뽑혀 다니는 게지. 우리 법인장 나리는 영어도 유창하걸랑.

 

7/11 아침으로 새우죽을 먹고 점심에는 만둣국을 먹었다. 내 딸이지만 이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간식으로 두텁떡도 먹여주었다. 나도 해 보지 않았던 새우죽 만둣국을 볼품도 근사하게 거뜬히 차려 내놓았다. 보여주지도 못했고 가르치지도 않았으니 어깨너머로 배웠다 할 수도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배웠을꼬. 인터넷에서 레스피야 얻었다 하더라도 그게 그리 만만치는 않았을 터인데 말이지.

 

사위가 밝은 얼굴로 이른 퇴근을 해 왔다. 일이 잘 되어 나간 보람이 있었다 한다. 과연 내 사위로세. 내일의 여행을 위해서 체력을 비축하자 했으나 사위의 성화로 두텁떡으로 요기를 하고 ‘뉴포트 비치’로 이동을 했다. 우리들의 발을 묶어놓고 출근을 했던 것이 무척 미안했던 모양이다. 제 잘못도 아니거니와 먹고사는 문제인 것을 어쩌겠어. 그러고 보니 사위가 없으면 우리는 발이 꽁꽁 묶이고 마는구먼.

 

몇몇 달을 두고 장인 장모의 여행을 위해서 내외가 계획을 짰다고는 하나, 늘 다니던 길도 아니었을 터인데 용케도 길을 찾아낸다. 가고자 하는 곳의 정보를 정확하게 캐내고 쓸어 담아 우리를 감격하게 하는 폼이, 꼭 그 곳에서 여러 해 묵은 사람 같았다. 사실은 올해로 삼 년차인 것을. 세상이 좋아진 탓도 있겠으나 그만큼 애를 쓴 흔적이 보였다. 아니, 정말 미리 답사를 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 사위 참 대단해여~! 집에 가서 업어줘야지 ㅋㅋㅋ.

 

발보아 아일랜드에는 아주 예쁜 집들이 즐비했다. LA의 남부 오렌지카운티에서도 유명 영화배우와 명성 있는 스포츠맨들이 살고 있는 부호들의 집성촌이라 한다. 번잡하지 않은 한적한 멋이 은근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발보아 아일래드로 페리를 타고이동해서 유명 타이식당에서 멋진 저녁을 먹었다. 발보아 아일랜드의 예쁜 집들에 내 시선이 꽂혔다. 여기도 휴가철이면 렌트가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했다.

 

뱃머리에 앉아 발보아를 떠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아무 탈 없이 건네기만을 기도했다. 배에서 내리고 보니 예쁜 가옥마다 요트를 장착시키는 밧줄을 설치해 놓은 것이 보였다. 주말이면 요트 타고‘ 뱃놀이를 즐기는 건 영화에서나 설정 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의 여유가 무척 부러웠다. ‘다음번에는 요트 좀 타보자고 해 볼까나?’ 모두 기절하겠지? ‘말 타면 경마를 잡히랬다’고 갈수록 태산이라 하겠지?

 

집으로 돌아오자 막내딸과 사위가 무슨 작당을 하는지 소근거렸다. 곧 영감과 나의 손을 잡아 거실로 불러 앉힌다.
“짜잔~! 지금부터 우리 아빠와 엄마의 ‘오스카 트로피 수상식이 있겠습니다.”
사위와 막내딸은 각각의 손에 ‘오스키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
“BEST FATHER”
“BEST MOTHER” 트로피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누. 할리우드에 갔을 때였나 보다. 그리고 우리가 무슨 ‘BEST FATHER’, ‘BEST MOTHER’이라고. 막내딸은 영감과 나에게 트로피를 안겨주고 사위는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오스카상 아무나 수상하나요. 아빠 엄마는 충분히 자격이 있으십니다. 우리들 모두 잘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90도 절을 한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잘 기른 게 아니라 잘 커 줬지. 그래서 고맙구.” 우리는 넷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훔쳤다.

만석이 오스카상 수상                                                                                             부끄럽고 외람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