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들은 정말 사랑하고 있는걸까?
장난으로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걸까?
해신이의 sns에도 그 인간의 sns에도
매일 꿀 떨어지는 사진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끓어 오르는 속을 달랠 수가 없어 바구니 가득 수입맥주들을 채워 넣는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 인간을 만나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마음대로 맛있는걸 먹어본 적도 없었다.
참 바보처럼 사랑했다.
사랑을 구걸하면서 그 인간을 만나 온 시간들을 후회한다.
캔맥주를 계산하면서 직원오빠가 속삭이듯이 한 마디 전한다.
편의점에서는 절대로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오늘만 봐주는 거라면서 입가에 미소 짓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인간은 한 번도 그렇게 정답게 웃어준 적이 없다.
저녁 노을에 반사된 거대한 건물이 거룩해 보인다.
저기 맨 꼭대기 한 층은 상속받은 새 건물주가 통째로 쓰고 있다고 한다.
터벅터벅 옮기는 발걸음이 무겁고 서글프다.
길 건너 옥탑방으로 향하는 길이 감옥으로 가는 길처럼 달갑지 않게 느껴진다.
신호등 앞 새로 생긴 주류 백화점이 보인다.
sns에서 본 샴페인이 어떤건지 사진을 보여주면서 무턱대고 물어본다.
요즘 젊은 커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면서
샴페인잔 두 개도 서비스로 챙겨 준다.
서비스로 주는 거라면 악착같이 챙기던 그 꼼꼼함은
어느새 쥐구멍에 숨어 버렸는지 받아드는 손길이 그리 달갑지가 않다.
머리카락을 스쳐 가는 가을바람에 가슴이 시리다.
샴페인잔을 마주할 사람 없이 쓸쓸하게 기울일 생각에 서글퍼진다.
저기 횡단보도 앞에 새로 생긴 선물가게가 눈에 띈다.
유리창 밖으로 하얀 곰인형이 반갑게 손인사를 한다.
한걸음에 달려가 제일 큰 하얀 곰인형을 집어 들었다.
양손 가득 든 술보따리에 들고 갈 손이 없어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곰인형을 등에 들쳐 없었다.
길을 걸어가는 내내 여기저기서 킥킥대고 웃는 소리가 귀를 맴돈다.
불 꺼진 초라한 옥탑방에 새로운 친구가 하나 생겼다.
하얀 곰인형의 이름을 뭘로 지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 친구 ’라고 짓는다.
“ 안녕! 친구야!”
“ 만나서 반가워! 우리집에 온걸 격하게 환영해!”
“ 우리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보자!”
친구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한참동안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엉엉 울었다.
친구가 웃으면서 울지 말라고 위로해 준다.
“ 고마워! 친구야!”
“ 네 덕분에 이제 살 것 같아!”
식탁 앞 의자에 친구를 앉혀 놓고 샴페인잔을 내밀었다.
불빛에 반사된 샴페인의 빛깔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친구와 샴페인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건배!”
“ 우리집에 온걸 환영합니다!”
편의점에서 산 육포와 마른 안주들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 놓는다.
오늘부터 새 식구가 된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를 소개합니다!
짠!
이름은 친구라고 해요!
sns에 친구와 찍은 사진을 올려 놓는다.
질겅질겅 육포를 씹는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그것들이 즐기던 화려한 식탁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테이블이다.
‘괜찮아! 그래도 행복하잖아!’
친구가 나지막히 속삭이는 눈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