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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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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사랑을 원했어6


BY 러브레터 2017-09-13

나 사랑해?”

 

그 말 한 마디 물어보지 못했다.

아니 물어볼 수 없었다.

혹시라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까봐 겁이 났다.

왜 그렇게 비겁하고 바보같은 사랑을 했는지 모르겠다.

 

단 한 번이라도 날 사랑한 적 있니?

 

물어보려고 하면 그인간의 눈빛은 언제나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거짓된 감정을 숨기느라 애를 쓰면서 웬수같은 정 때문에

억지로 만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사랑했다면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다면

그렇게 잔인하게 가슴을 후벼파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혼자 멍청한 감정에 눈이 멀어서 그인간에게 모든걸 희생했던 시간이었다.

 복수하고 싶다.

그 인간으로 인해 조롱당한 아깝고 억울한 지난 시간과 돈을 보상받고 싶다.

커피가 화가 나도록 쓰다.

이렇게 커피가 쓴 적은 없었다.

바로 앞 테이블에 한 쌍의 바퀴벌레가 찰싹 달라붙어 앉아서 애로영화를 찍고 있다.

 테이블 가득 널부러진 먹을것들을 포크 하나로 한 입씩 베어 먹느라 애를 쓰고 있다.

정말 꼴깝을 떨고 있다.

저러다가 얼마 안가서 헤어질게 분명하다.

펜티선과 입맞춤해 버린 짧은 반바지 속으로 응큼한 남자의 손길이 스친다.

물건을 고르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거나 말거나

추억의 로맨스 영화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만약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저들의 앞길에 피눈물이 존재할지어다!

셀카봉을 높이 치켜들고 구역질나는 온갖 거지같은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는다.

블로그 대문에 걸려 있던 전 남자친구의 사진을 급하게 지우느라 얼마나

조마조마했을지 상상이 간다.

응큼한 남자의 손길은 여자의 허리를 부여잡고 행복한 왕자의 표정을 짓는다.

정말 서로 사랑하고 있는걸까?

원나잇으로 끝나고 말 것 같은데 아닌가 보지?

제발 꺠져라!깨질지어다!

가슴 아픈 사랑을 혼자만 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세상이다.

배꼽만 간신히 가린 듯 짧은 티를 입은 볼륨 있는 상반신을 자랑하며

터벅터벅 맥주가 진열된 냉장고로 향했다.

그녀의 콜라병같은 몸매가 부럽다.

바지 사이로 삐죽 튀어 나온 뱃살이 유난히 신경쓰인다.

몸매가 예쁘지 않아서 그 인간한테 사랑도 못받은걸까?

말도 안된다.

아무리 그래도 그 인간이 그렇게 속물은 아니다.

허리가 어쩌면 저렇게 날씬할까?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는 길죽한 팔이 부럽다.

다리도 어쩌면 저렇게 길고 쭉쭉 뻗을 수가 있는걸까?

다리가 너무 짧아 바지마다 질질 끌리는 슬픈 현실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현실이다.

어떤 인간이 신은 공평하다고 말했단 말인가?

신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매의 눈으로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을 한다.

역시나 의사의 손길이 그녀의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피부과 선생님과 성형외과 선생님의 따스한 손길이 강하게 느껴진다.

뽀얀 피부에 잡티 하나 없고 눈가에 다크서클은 당연히 없으며 잔주름 하나 찾을 수 없다.

뽀얗다 못해 새하얀 목덜미에는 눈을 부릅뜨고 쳐다봐도 잔주름 하나 보이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다리미로 쭉쭉 핀 흔적이 예리한 레이다망에 딱 걸렸다.

저 볼륨은 타고 난것일까 아니면 홈쇼핑에서 친절하게 배달해 주는 패드의 은혜를 받은것일까?

아무리 봐도 자연산은 아니다.

설마 저기까지 의사의 손길이 닿은걸까?

아무튼 심술이 날 정도로 부러운 몸매다.

쭉 뻗은 허벅지살과 종아리는 지방 흡입술의 흔적이 미세하게 보인다.

저 몸매를 벌기 위해 얼마나 높은 연봉을 받는 회사를 다니는걸까?

아니면 원래 집이 잘 살아서 돈걱정 안하고 사는 행운아인걸까?

아무리 봐도 부잣집 공주의 인상을 소유한 것 같지는 않다.

길게 찰랑거리는 머리칼이 끌리는 스타일이다.

머리카락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타고 나지 않고서야 저렇게 윤기가 날 수는 없다.

뉴스에서 흔히 등장하는 실력은 있으나

외모 때문에 면접에서 떨어지는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온몸을 의사의 손길에 맡긴걸지도 모른다는

아주 착한 생각이 잠깐 스치고 지나간다.

편의점 냉장고를 털려고 작정을 한 듯 바구니 가득 캔맥주를 담고는

남자친구를 향해 찡긋 윙크를 날린다.

남자친구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계산은 왜 여자가 하는걸까?

명품 중에서도 한정판 가방 안에서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내민다.

명품잡지 맨 앞에 떡 하니 올라와 모든 여성들의 환심을 사게 하는

바로 그 명품가방을 바로 저 여자가 들고 있는 것이다.

저 가방을 사기 위해 카드한도를 총동원하고 대출까지 받아 갖고야 마는 그런 가방이다.

매달 카드값을 갚기 위해 돌려막기를 하고 투잡 쓰리잡을 뛰고

 라면만 먹어도 그 비싼 명품가방은 자존심이고 자랑거리가 된다.

 

 

카드는 연체되지 않았나봐!

문득 그녀의 막히지 않은 당당한 카드가 부럽게 느껴진다.

도대체 한도가 얼마길래 저렇게 비싼 가방을 사고도 한도가 초과되지 않는단 말인가?

 불공평한 현실의 비극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맥주 한 모금이 간절해진다.

드르륵

카드대금을 입금하라는 독촉문자가 찬란하게 휘날리고 있다.

드르륵!

또 하나의 카드가 구멍났다고 징징대는 독촉문자가 도착했다.

신용불량자

그 인간을 미친 듯이 사랑하다가 버림받은 댓가가 너무 처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