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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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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행복 긴 슬픔 9


BY 러브레터 2017-09-12

그녀는 신경쓰기 싫었다.

지금 죽고싶은 간절한 마음만 하늘이 받아주길 바랄뿐이었다.

얼른 일어나!”

거기 주저앉아서 뭐 하는거야?”

나지막한 그의 속삭임이 그녀를 더 슬프게 했다.

그녀를 일으켜 헝클어진 머릿결을 어루만졌다.

그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싶었다.

하지만,그럴 수 없었다.

그에게 안겨질 또 다른 아픔을 혼자서만 견뎌야 했다.

다시는 못보게 될 그리운 그 사람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차라리 눈앞의 그 사람이 희철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었다.

그에게 아픔만 안겨주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희철은 그녀를 차에 태우고 젖은 몸을 닦아 주었다.

차문을 닫고 히터를 틀었다.

무슨 일 있었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가 물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차마 지금의 아픈 현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녀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아파할 그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옷 말리고 있어!”

파티한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가서 옷 사가지고 올게!”

그는 빗속을 달려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그의 뒷모습이 아프게 다가왔다.

다시는 보지못하게 될 그 사람이 가슴 아팠다.

목소리만 듣는것만으로도 행복해야한다는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머리를 감싸쥐고는 한참동안 흐느꼈다.

희철앞에서 다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리라는 다짐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옷을 사들고 그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억지로 태연한척 하려 애를 썼다.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치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미안해!”

아무데서나 울고 내가 아직 어린앤가봐!”

그의 입가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혹시나 그녀의 아픔이 더 커질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편하게 옷 갈아 입고 갈래?”

옷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그녀는 쇼핑백을 열어 보았다.

원피스 한 장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예쁘다!”

나보다 옷 고르는 솜씨가 더 좋네!”

물기를 닦고 옷을 갈아 입었다.

거울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본 희철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눈이 부실 정도였다.

아까 산 귀걸이와 목걸이를 걸어 보았다.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액세서리 매장으로 향했다.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 하나를 끼워 주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다이아가 예쁘게 박힌 반지였다.

선물 받았던 다른 반지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반지야!”

그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녀는 너무도 행복했다.

가격표를 본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명품매장이라는걸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 명품매장이잖아!”

반지를 진열장에 빼 놓으며 말했다.

알아!”

내가 미리 골라놓은 반지야!”

너한테 꼭 선물해 주고 싶었어!”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

계산을 하는 그의 마음은 너무도 행복했다.

이제 다시는 이별같은건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간절한 바램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가오게 될 또 다른 이별을 생각하지 못한채...

그녀는 반지낀 손가락을 바라보며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식품매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제서야 앗차 싶었다.

아무것도 나무라지 않는 그가 고마웠다.

쇼핑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았다.

와인을 먼저 골랐다.

그녀는 상덕과 하순에게 선물할 와인을 먼저 골랐다.

그녀가 좋아하는 파인애플과 멜론을 샀다.

희철은 그녀와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매장을 구경했다.

마치 부부가 된것처럼 너무도 황홀한 기분이었다.

다시는 이 행복 깨고싶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모든 것들 이루게 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젖은 머릿결에 입을 맞추었다.

혹시나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되었다.

평생을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도 부족한 시간들이 원망스러웠다.

어느새 쇼핑카트 가득 물건이 담겨졌다.

그녀는 아까보다는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를 위해서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보다 더 한 아픔도 함께 안고 견디며 살아갈 그 사람을 위해서 울지 않아야 했다.

골목에 들어서자 복고풍 라디오간판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아늑한 보금자리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학창시절 집처럼 드나들었던 디제이 분식점을 하게 될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가게안은 파티준비로 들뜬 분위기였다.

희철은 와인잔에 와인을 한 잔씩 따랐다.

은규는 디제이 박스안에서 음악을 고르고 있었다.

아아!마이크 시험중!”

거기 밖에 목소리 잘 들립니까?”

은규는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잘 들려요!“

모두들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오자 은규는 눈을 감고 느끼한 목소리로 맨트를 시작했다.

 

 

오늘은 왠지....

사랑하는 그대와 떡볶이 한접시 마주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라...

자기 한 입

나 한 입

정답게 그리고 맛있게 나누어 먹으며

알록달록 아로새겨진 가래떡보다 더 예쁜 색깔로

서로 사랑하리라 맹세하고 싶어라...

새끼 손가락 걸고 꼭꼭 약속한 사랑

시뻘건 고추장보다 더 빠알갛게 물들게 하고 싶어라..

먼저 배신하면 알지?

여기서 맹세한 사랑은 각서와도 같은 것..

그 사랑 그대로 간직하면서 들으실 음악은..

저기 앞에서 징그럽게 사랑 속삭이는 커플이 좋아하는 노래

박효신의 바보 들으시겠습니다.

부디 그 바보같은 사랑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들으시겠습니다.

 

은규는 박효신의 바보를 턴테이블에 올려 놓으면서 희서와 희철을 바라보았다.

지난 아픔을 잊고 다시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부디 그 사랑이 영원하길 기도했다.

다음 곡으로는 그녀가 좋아하는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을 준비했다.

인형처럼 바라보는 사랑은 이제 하지않기를 기도하면서 ....

 

떡볶이만 먹으면 재미없으니까 눈을 사알짝 돌려서

어릴적 우리들의 추억의 간식

뽀끼도 먹어보고 논두렁 밭두렁도 먹어보고..

편식하는 어른은 오래 못살아요..

 

모두들 웃음바다가 되었다.

희철은 난로를 켜고 달고나를 올려 놓았다.

오래 살려고 달고나 녹이고 있어요!”

국자를 높이 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떡볶이가 왜 매운지 아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

여러 가지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지니까!

주위를 둘러보면 먹을게 많은데 떡복이만 먹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드통을 열면 아이스께끼도 있어요!

하드통 오래 열고 있으면 이 워빠가 미워할거야....

착한 어른은 빨리 고르고 빨리 닫기....

 

느끼한 은규의 목소리가 가게안을 적시고 있었다.

희철은 볶기판에 볶기를 놓고 모양틀로 눌렀다.

어린 시절 하나 더 먹으려고 열심히 뽑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뽀끼 모양 잘 뽑는 사람 뭐 줄까요...

 

떡볶이 공짜로 주기!”

 

하순이 소리쳤다.

은규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짜만 바라면 언니 머리 어떻게 될까요...

머리카락 홀랑 다 빠져서...

미운 빛나리 돼요...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그 나리가 아니라...

반짝 .....

반짝.......

빛나는.....

머릿결.....

!아니라....

...

...

....

되고싶어?

 

하순은 박장대소를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와인을 마시다가 그만 너무 옷어 목에 걸리고 말았다.

목이 아파도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거기 언니 공짜 좋아하다가 벌받았네...

그런 의미에서 위로곡 하나 틀어줘야겠네!

일기예보가 뭐 할까?

날씨를 알려주나?

아니죠...

노래 들려줘요....

제목은.......

인형의 꿈...

들으시면서 거기 사래걸린 언니 뽀끼 하나 가져다 주면...

내가 뽀뽀해줄거야.....

 

하순은 뽑기 제일 어려운걸로 골라 은규에게 가져갔다.

은규는 침을 묻히며 열심히 뽑았다.

어릴적 너무 잘 뽑아서 주인 아저씨가 무척 싫어했었다.

입가에 미소를 띄며 모자를 조심스레 뽑고 있었다.

어느새 노래가 다 끝났다.

은규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오늘은 왠지...

추억속에 젖으면서 뽑기를 뽑고 싶어라..

이 워빠는 뭐 하는중일까..

 

 

옛날 애인 생각하는중!”

 

희철이 소리쳤다.

 

거기 워빠!

뽀끼 하나 더 줄 준비하고 있나요....

나 이제 거의 다 뽑아가요...

 

애인생각한다고 써 있는데!”

희철은 웃으면서 장난쳤다.

 

그렇게 장난치면 이 워빠가 어떻게 할까...

노래 안틀어줘요....

 

은규는 강산애의 넌 할 수 있어를 올려놓고 마지막 힘을 다 해 모자를 뽑았다.

어릴적 그 솜씨를 다시 발휘하기가 힘들었다.

거의 다 뽑으려는 찰나 그만 부서지고 말았다.

밖에서 바라보던 상덕이 웃으면서 말했다.

 

워빠...”

그만 뽑고 노래나 열심히 틀어줘요...”

 

 

거기 워빠....

내가 영원히 미워할거야.....

 

은규는 부러진 볶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밖에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박상철 워빠 노래 틀어볼까...

상철이 워빠 노래....

무조건.....

 

가게 안에 박상철 노래가 울려퍼졌다.

희철은 숟가락을 들고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희서의 손을 잡고 신나게 스텝을 밟았다.

어느덧 가게안은 무도회장이 되었다.

 

거기 밖에 계신 어르신들...

떡볶이 먹다 춤추면 큰일나요...

앉아서 통통하게 불어터진 떡볶이 마저 드시길...

그런 의미에서 장윤정 언니 노래 틀어줄까..

장윤정 언니의 어머나’....

 

가게안은 다시 무도회장이 되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순은 자신의 애창곡이 나오자 숟가락을 들고 열심히 따라 불렀다.

!이런 분위기에 술이 빠지면 섭섭하지!”

상덕은 맥주를 사기위해 일어섰다.

그러자 은규는 야단을 차듯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거기 술 사러 가는 워빠....

여기가 어디?

여기는...

복고풍 라디오...

건전한 분식점이죠...

분식점은 뭐 하는데?

맛있는 떡볶이 먹는데...

그리고,매울땐 뭐 먹을까...

맛있는 추억읙 간식 먹는데...

건전한데서 술 마시면 어떻게 될까?

이 워빠한테...

꿀밤 맞아요...

 

가게안은 어느덧 웃음바다가 되었다.

상덕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요..

거기 워빠 착한 워빠...

토닥토닥....

그런 의미에서 이 워빠가 노래..

틀어줄게요...

무슨 노래...

용필이 오빠의 기다리는 마음....

누굴 기다릴까...

손님 기다려야지...

 

조용필의 기다리는 마음이 울려 퍼졌다.

밖은 어느덧 새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든규는 마이크를 끄고 음반들을 정리하고 턴테이블을 청소했다.

희철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와줘서 고맙다!”

앞으로 잘 해보자!”

두 사람은 성공을 기원하며 악수를 했다.

가게안 가득 자리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분주히 손님을 맞이하는 일만 남았다.

 

 

어느덧 개업일이 다가왔다.

아침부터 가게는 분주했다.

오늘이 가래떡 데이라 예쁘게 포장한 떡들을 진열대 가득 장식해 놓았다.

형셩색색의 가래떡들이 눈으로 보는것으로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