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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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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러브레터 2017-09-11

바위를 집어 삼킬 듯 거칠게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누군가는 마지막 남은 삶의 흔적을 내려 놓고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고

누군가는 월척의 꿈을 고대하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들뜬 기분으로 희망을 기다린다.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의 지독한 고통을 진심으로 느껴본 이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곱은 손을 억지로 펴고 더 이상 나올 뜨거운 입김마저 사라진 차가운 골방에서 느껴야 하는 처절한 삶의 몸부림은

 그저 영화속의 한 장면일 뿐이다. 잔인한 세상이다.

먼지 가득한 낡은 책상에 켜켜이 쌓인 고지서위에 이번달 밀린 고지서 한 장을 더 올려 놓는다.

창밖에 내리는 하얀 눈을 즐기는것도 사치다.

얼어 버린 수도 덕에 며칠째 물티슈로 간신히 눈꼽만 뗄뿐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힘들게 일해도 통장에는 돈이 모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끼의 밥값 마저 아끼기 위해 날짜가 지난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는게 언제부터인가 일상이 되어 버렸다.

몇천원 하는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식당이 아닌 편의점 도시락을 더 많이 이용한다.

진열을 하기가 무섭게 동이 나는 바람에 그마저도 가져가기가 힘들다.

치솟는 등록금을 버티지 못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간신히 졸업을 하고 이력서를 넣은 그 어디에서도 연락은 오지 않는다.

 캄캄한 밤하늘 아래 등불이 되어줄 구세주는 그 어디에도 없다.

수많은 이력서 뭉치들을 쓰는 일에 지쳐갈 때쯤 다큐멘터리 수습기자로 간신히 취업을 하게 된다.

재개발을 앞둔 산동네 마을 노인들은 하루 종일 박스를 주워 팔아도 만원도 벌기가 힘들다

 그 폐지 마저 세금이 붙어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세금과 재개발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고물상마저 문을 닫게 된다.

같은 반 친구와 엄마가 후원하는 성당에서 오백원과 간식 보따리를 받아 오는 할머니가

한없이 원망스럽고 창피하다.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면서도 손주를 위해 자존심 마저도

 바닥에버려야 하는 가난한 현실이 슬프다.

유일한 노인들의 생계수단이 없어지자 새벽부터 첫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달려가

성당앞에 줄을 서 오백원과 도시락을 받아 와 하루의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지도를 만들어 하루의 일정을 짜고 무리지어 다니며 한달 방세와 병원비를 낸다.

무턱대고 진행되는 재개발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성당에서는 쉼터를 마련하고 국수집을 열어 희망이 없던 취준생들과

박스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던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희망을 심어 준다.

국수집은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삶의 터전이다.

만두와 칼국수가 맛있다고 소문이 난 덕에 새벽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국수집은 세 번째 분점을 열게 되고 개발하는 메뉴마다 인기를 얻게 된다.

길 건너 신도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게 열등감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야학을 열어 아이들을 공부시킨 덕에 서울대에 입학을 하는 기적을 이루기도 했다.

우리 국수집이란 이름답게 모두의 삶의 이유가 되었다.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방송을 탄 덕에 프로그램을 맡게 되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늘이 가득 했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가득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꿈이 생겼다.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밤중까지 돈도 되지 않는 폐지를 줍지 않아도 된다.

신부님은 거대한 학원에 기죽지 않게 하기 위해 쉼터 앞에 아이들의 성적표를 붙이시며 자랑스러워 하신다.

그렇게 우리 국수집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