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BRIDGE NORTH LAKE 호수를 거닐다
낮에는 눈이 감기고 저녁이면 말똥말똥. 아직은 시차적응이 아직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위의 휴가가 내일(7월 8일)부터라 아직은 출근을 하는데, 그 시간이 가장 넘기기 힘들다. 사위가 출근을 하고나면 잠에 빠지는데 참고 견뎌 볼 재간이 없다.
“애쓰시지 말고 주무세요. 한잠 주무시고 저녁에는 ‘Galifornia FISH & GRILL’에서 식사를…모시러 올 테니 푹 쉬세요.”
“오늘 점심은 토스트 자시고 저녁은 근사한데 모실게요.”
“미국서 먹는 토스트는 제격이지.”
막내딸아이는 결혼 전에 음식을 해 본 경험이 없다. 37해를 공부하고 강의 다니느라고, 주방 일을 시켜볼 시간도 없었거니와 그녀도 애써서 주방의 일을 배우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법 주부다운 풍미가 넘친다. 만들어 놓은 음식도 제법 제 맛을 낸다. 대견하다.
이른 저녁에 사위의 사위를 마중하러 세 식구가 그의 사무실로 나선다. 낮에 풀에서 하지도 못하는 수영을 하느라고 허우적거렸더니 퍽 피곤하다. 아니,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서겠다. 사위도 피곤하겠다. 하루 종일 업무를 보다가 저녁엔 장인 장모를 태우고 장거리 운전을 하니 말이지. 도대체 미국이란 나라는 차를 타지 않고는 아무 곳에도 갈 수가 없으니…. 넓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Galifonia FISH & GRILL’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려야하겠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 30여분. 홀에는 아직도 움직임이 없고 ‘가든’에 간이좌석도 괜찮겠느냐는 룸서비스의 제안을 받고 자갈밭의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어서 좋다. ‘생선모듬’을 저녁식사로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우리는 커피를 들고 일어났다. 생선을 가히 좋아하지 않는 영감을 걱정했으나 식성에 맞았나 보다.
‘WOODBRIDGE NORTH LAKE’ 호수를 걸었다. ‘호수’라기 보다 바다라고 하는 게 낫겠다. 미국은 오리도 거대하다. 호수를 거니는 내내 따라다니는 오리는 너무 비대해서 뒤뚱거리는 폼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호수를 끼고 있는 동네는 영화에서나 볼만한 서구 특유의 가옥들이 즐비하다. 휴가철에는 통째로 랜트를 할 수 있다는 사위의 정보가 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미국에선 휴가철이면 내가 사는 집도 렌트를 하고 두어 달씩 휴가를 떠난다지?
막내딸 내외는 장을 보겠다며 마트를 다녀오겠다 한다.
“엄마가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동안이면 돌아올 거예요. 요기서 만나요.”
“집에 냉장고가 꽉 찼던데 뭘 또 사러가나.
“좋은 시간 되세여~!
“시방 뭐라는 것이여?”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반짝거리는 호수의 물결 위로 어스름 달빛이 쏟아진다. 와우~. 그 운치가 대단하다. 과연 명물이로세. 이럴 땐 내가 시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여기저기에서 사랑을 나누는 젊은이들 속에 끼어 우리도 팔짱을 끼어본다. 썩 괜찮은 기분이다. 아항~. 우리 시방 애들 말대로 좋은 시간 갖는 거 맞어? 영감의 소리 없는 웃음에 내 작은 웃음이 까르르 얹힌다.
값진 추억의 ‘WOODBRIDGE NORTH LAKE’가 되겠는 걸?! 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