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데 남동생이 전화를 했다.
남동생은 카톡보다, 문자보다 전화를 주로 사용하는데 그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늠름하고 활기차다.
한약 잘 먹고 있냐는 물음에 참 자상도 하다싶어 내일이면 마지막 약이라고 했더니
효과가 어떠냐고 묻는다.
난 아직 약 한 제 먹어서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소화는 그전보다 잘되고 밥맛도 좋아졌다고 하면서
화장실은 더 자주 간다고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동생은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꺼라며 이 기회에 약을 한 제 더 먹으란다.
난 됐다고-솔직히 약 값도 만만치 않고 내 형편에 무슨 한약을 또 먹냐구-했더니
자기가 지어준다는 것이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이야기?
누나가 몸이 안 좋으니 약 드시는 김에 한 제 더 드시라는 거다.
몇 번 됐다고 해도 동생은 고집이 있어 꺽이지 않는다.
염치불구하고 그러마했다.
난 큰누나라도 동생에게 제대로 해준게 없는데 동생은 나를 끔찍이도 챙긴다.
나보다 8살 아래인 동생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찍었던 사진이 문득 생각난다.
계단에서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보면 개구지면서 참 잘생긴 동생이다.
나와함께 줄넘기도 하고 미끄럼도 함께 타면서 집앞 학교 운동장에서 종종 잘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가 직장을 다녀서 내가 동생들을 데리고 산과 공원을 다니면서 즐겁게 시간을 잘 보내긴 했다.
동생이 진학상담이 필요할 땐 내가 학교에 가서 동생담임을 만나서 상담까지 했었지.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니 그시절이 그립다.
어른이 되서는 내가 오히려 여동생 같다는 느낌이든다.
동생이 결혼 할 때만 해도 어느새 그 꼬맹이가 결혼을 하네 했는데
그러고보면 우리 엄마가 형제간의 우애를 넘 강조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큰집을 보면 형제간에 서로 왕래가 없을 정도로 얼음판으로 사는 집이다.
큰아버지의 재산싸움에 그닥 사이가 좋지않았던 형제들이 더 멀어졌다.
친정집을 가보면
남동생은 항상 조카들과 잘 놀아준다.
부자간이 아닌 형과 동생처럼 두 조카들과 이야기나누고 장난치는 장면이 부럽다.
그래도 때에 따라서 단호한 아빠의 모습도 보여주는 동생이다.
항상 교훈적인 말투에 수직적인 관계인 우리 남편과 대조가 되니 난 여동생네도, 남동생네도
다른것보다 아빠와 아이들이 정겹게 대화하고 노는 장면에 시선을 머물고 부러워한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던 남편도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장모님이 좋아하시는 더치커피를 주문해서 갖다드리란다..
우리남편이 즐겨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이번 일만 잘 되면~~"이다.
그래 남편 말대로 이번 일만 제발 잘되서 나에게 베품을 주었던 형제들에게 두 배이상으로 베풀어 주고싶다.
9월이 되니 하늘색이 많이 달라졌다.
참 예쁘다. 푸르고 높은 하늘이 나의마음을 좀 여유롭게 해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