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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을 하다


BY 만석 2017-08-24

합방을 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부부는 각방을 썼다. 남편은 밤을 새워 TV를 보아야 하고 나는 눈이 시원찮아서 자정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TV 시청은 사무실을 접은 뒤로 남편의 유일한 취미생활이기에 나무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코를 드르렁 거리면서도 TV는 여전히 혼자 떠드는 게 나는 싫은 게다. 이제는 잠이 들었겠지 싶어서 TV를 끌라치면 어떻게 알아차리는지 눈을 동그랗게 하고는,

, 안 자는데.”한다. 요상한 일이다. 분명히 코를 골았는데 말이지.

 

~. 서로 편하게 살자.’하고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이러다가 밤새 안녕해도 모를 일이지 않는가. 아닌 게 아니라 아침이면 밤새 별일이 없는가 하고 서로 문안을 하면서 크게 웃기도 했다.

 

그러나 이사를 하고 보니 방 수가 적어져서 자연스럽게 합방이 됐다. 영감도 12시가 되면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 TV의 보륨을 줄인다거나 이른 시간에 아예 끄기도 한다. 그만한 성의만 보여도 족하다. 젊은 사람들처럼 사랑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부부는 한 방을 써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이를테면 식도암 수술을 받은 나는 잠자리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르다. 수술 후유와는 상관이 없지만 자다가 저혈당이 오기도 하고 오한이 나서 애를 쓰기도 한다. 이럴 때면 당연히 영감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부부의 합방은 필수조건이다. 사랑과는 절대로 상관이 없이도 말이지.

                                                 합방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