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아픈 날도 더러있다.
자주가 아니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번에 일주일 정도 아프면서 '삶'이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된다.
즐겁고 바쁘게 하루를 지내다보면 하루가 훌쩍지나
되돌아 보는 시간도 없이 그냥 잠자리에 들게된다.
절대안정이란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꼭 들어야 했기에
가능한 일도 거의 하지않고 누워있으니 그야말로 멍 때리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가 오늘 당장 죽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가정법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된다.
가정주부가 아프니 집안이 비상이다.
남편은 퇴근 후에 상차림과 설거지에 바쁘고,
아버님은 먼저 당신이 알아서 식사를 하신다.
아들은 죽을 데워 엄마에게 수저를 내민다.
그리고 아버님은 며느리가 좀더 편하게 있으라고 외출을 하신다.
그나마 이런생활이니 다행이지
입원하면 서로가 또 얼마나 힘들까 싶다.
참으로 소중한 가족인데 나의 부재가 생긴다면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물론 친정식구들의 슬픔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친구들과 나를 아는 사람들은 슬퍼하다가 또 잊고
바쁘게 살아갈게다.
그래서 인생은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옷장을 열어보니 옷들이 가득하다.
안 입은 옷들도 더러 있는데 아직도 이자리가 제자리인줄 마냥 버티고 있다.
화장대 위의 화장품들,
주방 그릇장의 그릇들...
이사하면서 정리 했다고 했는데도 아직 많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긴다면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 중에
반 이상은 처분해도 될 것이다.
사사키 후미호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보면서
참 버릴게 많구나 생각했었는데 버리는게 참 어렵다.
누군가 그랬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세상을 뜨고
나의 것을 정리하는 사람이 그래도 정갈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는 들어야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삶이 다르고 또 언제 부르심을 받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감사하며, 베풀고 위로하고 그렇게 살면서
그날까지 제.대. 로. 살고싶다...
먼훗날 그래도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묘비에 한 줄은 남겨야 하지않을까?
운보정원에서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