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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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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국수를 먹는다.


BY 새우초밥 2017-06-16

       2015.9

 

 

       "비 와요"

       "네..."

 

   투석 마치고 집으로 갈려고 나가시는 친한 아주머니가 투석실 자동문을 빠져 나가더니

   다시 들어오시면서 우산을 가져가면서 저에게 비온다고 말씀하시면서 나갔습니다.

   항상 혼자하는 지혈 마치고 벽시계를 보니까 9월16일 저녁 8시20분,

   언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요즘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니까

   간호사가 하는말이 투석이 재미있는가봐요라고 말하는데 투석이 재미있기는

   그저 회사에서 일한다는 마음으로 하는것이고 시간이 빨리 흘러가면 나이도 그만큼

   빨리 플러스가 될것인데 별로 좋아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병원 현관을 빠져나가보니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도로에 고인 빗물을 스치면서 달리고

   그 빗물은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맞을뻔 했습니다.

   잠시 병원 옆에 있는 시장입구 바로 옆에 분식가게 가서 오뎅 3개 사먹고는

   집으로 가는길에 보이는 국수가게...

 

   오늘 점심은 국수나 한번 사먹어볼까 이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부터 내리는 가을비가 정겨운 소리를 흩날리면서 내리고

   점심시간이 되었을때 해물국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데..

 

       "아 묵고 싶다..한번 내려갈까?"

 

   평소 국수를 잘 먹지 않지만 어쩌다 한번 간식으로 사먹었던적은 있습니다.

   물론 오뎅 들어간 오뎅 국수를,

   양말을 발에 장착하고 파란 잠바 아이언맨 수트 입듯이 착용하고

   그렇게 우산을 쓰고 천천히 빗속을 뚫고 지나가는 한 마리 나방처럼,

   유유히 총총걸음으로 시장쪽으로 내려가면서 우산속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한번

   머리에 맞아보고 누가 옆에 있는지 한번 살펴보면서 우산을 빙빙 돌려봅니다.

   빙빙 돌아가는 우산에서 도망치는 우산을 타고 흘러내린 빗방울들이

   왜 자신들을 도망가게 하냐고 아우성치고 있지만....

 

   오로지 해물국수 생각에 그 국수가게에 손님들이 많이 없는지 상상해보고

   시장안의 국수가게 들어가보니 마침 자리가 많이 있기에 제가 좋아하는 해물국수

   빠른 주문받고 먹는데...역시 이 맛이야....

   국수가게 밖으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마치 어느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악기소리처럼

   귓전에 들리고 따뜻한 국수 국물이 넘어가는 따뜻함은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삶은 계란 하나 깨여서 소금에 찍어먹는 맛...역시

이 맛이다.

   집에서 먹는 삶은 계란맛하고 왜 그리도 다른지..이건 느낌 때문이다.

   술집에서 먹는 술맛하고 집에서 먹는  다 같은 맥주 맛이라도 다르듯이.

   난 이제 비오는날에는 국수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쪽으로 넘어갑니다.

 

          "오빠 이 국수 맛있다 오빠 너 먹어...."

 

   마침 언제 들어왔는지 앞 유리창에 비치는 어느 연인,

   청순하게 보이는 아가씨가 자신 앞에 있는 남친에게 국수 더 먹어라고 권합니다.

 

          ("자식...좋겠네...국수 더 먹어라하고 주는 여자도 다 있고

           넌 복있다...여자 복...나처럼 미혼 아버님으로는 늙지마라..")

 

   참 보기 좋다 국수먹는 커플.

   비오는날 그들은 밖으로 나가면서 우산안에서 따뜻한 팔짱을 끼고 걸어갈것이다.

   한참동안 내리던 비는 시간이 흘러가니까 점점 더 세지고 우산을 뚫을것 같다.

   마침 국수가게에서 나왔는데 어느 빵집 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니까

   문득 생각나는 영화속의 한 장면이 필림처럼 지나간다.

   어느 벽돌담 집 앞에서 비를 피하던 한 소년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어느 소녀가 우산이 없는것을 보고는 그녀에게 전달하지만 그녀는 괜찮다면서

   같이 비를 맞고 서 있다.

   그때 여자는 손을 내밀면서 이 비가 얼음처럼 차가워요라고 말하면서 내리는 비에

   손을 내밀면서 한참동안 행복해하던 영화속의 한 장면이 지나간다.

   

   빵집 유리창쪽으로 돌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페스트리가 보이기에 안으로 들어가서

   2개 구입하고 잠시 의자에 앉아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들었는가 보다.

   비오는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잠속으로 빠져들어가는날이 있듯이

   일어나보니 여전히 비는 내리고 주인되는 아가씨는 나에게 오면서

   많이 피곤하셨는가봐요라면서 비가 많이 오는데 잠시 더 있다가라고 한다.

   참 마음씨 고운 아가씨네..

 

   학창시절 빵집에서 우유 시켜놓고 미팅하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수줍어서 이쁜 여학생에게 말 한번 제대로 붙여보지도 못했었다.

   어쩌면 잘 되었더라면...누구나 가정을 하고 살지만..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모른다.

   어느 순간에 곁에 왔지만 모르기에 놓칠 수 있고 안다고 하여도 놓치는것이 바로 사랑,

   우산을 접고 빵집으로 나를 만나러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면..

   몇일전 초등학교 동창회 체육대회 준비하는 친구에게 찬조한다고 화장품 세트 보낼려고

   우체국 갔는데 비오는날 우체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물론 편지 보낼때...그것도 연애편지..

   연애편지 보낼때가 가장 설레이고 우편함에 들어있는 편지를 꺼내볼때 또 한번 설레이듯이

   비오는날에는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다 당신에게 편지 보냈다고....

   그리고 내 마음까지 포장해서 보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