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친구부부가 방문을 한다고 해서 맘 잡고 청소를 나름 열심히했다.
내가 제일 청소하기 싫어하는 곳이 현관 앞 화장실이다.
아버님과 아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그 특유한 냄새 때문에 화장실전용 방향제를 붙이고
가끔씩 액체방향제를 뿌리기도 하는데 ..
그럼에도 그 특유의 냄새는 완존히 없어지질 않는다.
싱크대도 남은 맥주로 닦고, 베란다의 꽃도 문지르고 닦았더니
역시나 또 손이 아프다..ㅠ
친구가 방문 할 전 날 밤에 전화를 했다.
아들이 발을 다쳐서 기브스를 해야 될 것 같아 병원에 함께 가야해서 다른날 오겠다고
양해를 구하며 미안하단다.
괜찮다고 쿨하게 답하면서 아들이나 잘 챙기라고 했다.
덕분에 대청소를 해서 좋다고 위안을 했는데
남편이 조금 투덜거리며 그 약속 때문에 멀리있는 친구가 만나자는 것도 다음으로 미뤘다며
대신 다른약속을 만들었단다.
근처에 사는 남편 친구네와 함께 지인이 운영한다는 미술관을 찾았는데...
아담하고 조용하니 좋다.
활달한 성격의 실장님은 넉넉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해주시고
미술관 곳곳을 안내해주셨다.
잉어를 주제로 한 작품이 하늘과 땅과 우주를 헤엄친다.
백남준 작품도 배우자 구보타 시게코의 작품도 곳곳에 눈에 띄이고
돌맹이로 조영남 작품도 보인다.
마당에 자리잡고 있는 설치미술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인의 고달픔을 표현한 작품을 보니
남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늘 고맙다고 생각을 하는데도
왜 남편에겐 고맙다는 말을 잘 못하는걸까?
매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큰 매실나무,
오디가 바닥에 뚝뚝 떨어질정도로 잘익은 오디나무,
매실과 닮은 설익은 살구까지
나무가 우거지니 간간이 내리는 비도 피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더 운치있다.
콜리 종의 큰 개가 반겨주니 이색적이다.
평소에 강아지는 좋아해도 큰 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도 잘알아듣고
옆에서 자꾸 꼬리치며 애교를 부리니 안 이뻐할 수가 없다.
41키로나 되는 '별'이는 누구에게나 반기며 꼬리치며 좋아하니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눈치다.
꿩대신 봉황이라고 하면 친구가 화를 내려나?ㅎ
미술관 뒷쪽의 텃밭에서 상추와 치커리도 챙겨오고,
운치있는 하루를 건강하게 잘보냈다.
그런데 분위기 타면서 여러잔 마셨던 르왁 커피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