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를 먼저 믿게 해주시고 낸시가 아버지를 믿음의 길로 인도하게 해주세요.'
신앙심 깊은 켄터키 언니가 이렇게 기도한다는 말을 듣고 실소했다.
믿는 사람들에게 전도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는 이해하겠다.
돌아가실 나이가 된 아버지에게 전도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된다.
하지만 믿는 자기가 아버지에게 전도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믿지도 않는 나는 왜 끌어들이는 것인지...참.
비행기표 사드릴테니 한번 오시라해도 마다시던 아버지가 앞장서서 미국을 오시겠다고 한 것도 이상하다.
암튼 부천 언니하고 형부를 따라 아버지가 메릴랜드에 사는 우리집에 오셨다.
정말 신이 존재할까...의문을 품고 교회에 나가기는 했지만 나는 무신론자였다.
팔짱 끼고 다리 꼬고 교회 의자에 앉아 열광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단체로 미쳤구나...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요일에만 교회를 가니 내가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 새벽예배도 참석을 했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귀신이 있다고 믿어요?"...아버지에게 물었다.
"조상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당연히 믿지, 없다고 생각하면 제사를 뭐하러 지내냐?" 아버지 대답이다.
"사람들이 있다해서 정말 있을까...확인하러 교회를 다니긴 하는데 나는 귀신이고 하나님이고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버지, 내가 알아보니 정말 하나님도 있고 예수님도 있네...그러면 아버지도 믿을꺼예요?"
"그러지"
교회 다니는 사람이 조상제사도 안지내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아버지 대답이 의외로 선선하다.
모두모두 모인 저녁상 앞에서 다시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낮에 내가 믿으면 아버지도 따라 믿는다고 그러셨지요?
언니랑 형부를 증인으로 하고 그 말 다시 해보셔요, 분명 그러셨지요?"
"그랬지."
어려서 떼쓰면 잘 들어주던 아버지이긴 했지만 이것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참.
얼마 후, 나는 믿음의 확신을 갖게되었다.
부인할래야 할 수 없는 체험을 하고나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하나님도 예수님도 정말 살아있는 분이니 약속대로 믿으세요."
"그러지."
아버지는 여전히 선선하다.
내 말을 들은 교회의 전도팀이 우리집을 방문했다.
그 사람들 앞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아버지는 예수를 영접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아버지가 믿음을 받아들인 과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아버지의 사랑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것 같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내 말이라면 믿으셨을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해서라도 바르게 잘 살아야한다...이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