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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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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길을 걷다가 ...


BY 천정자 2017-05-26



돌담이 여기저기 흔하게 쌓여있는 동네에서 편지를 보냅니다.

지금은 이런 담도 제법 관광자원이 된다고 보존한다고 하더군요.

 

한가지 알려드릴 것은 돌담이 있는 집은 철로 만든 대문을 달을 수가 없습니다.

대신 일주문처럼 나무로 퍼즐 끼워 넣는 것처럼 처마를 두른 대문이거나

대충 얼기설기 갈대로 엮은 미닫이문이거나  조금 굵은 대나무로 시늉만 낸 대문을 달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도둑이 들어 오려면  돌담은 그냥 허물어지니 대문으로 들어오라는 애기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동네는 아예 대문도 없는집이 거진 태반입니다.

 

돌담그늘 끝에 돗나물이 연두색으로 이끼처럼 번져 자라고

감꽃이 펴서 알아서 지니 땅바닥에 꽃이 지천입니다.

 

아직은 구들장을 갖고 있는 흙집이 많은 관계로 작년 겨울에 때다가 남은 장작이 마구 뒹굴러 다니니 찬찬한 주인이 나이테 굵기만 한 순서대로 잘 쌓아놓은 뒷뜰이 훈훈합니다.

 

산에서 직접 흘러내리는 실개울이 물소리가 잔잔합니다.

돌들이 구르는 소리처럼 사그락 거리고 풀향기가 진동하여도

동네사람들 모두 중독이 되었나  취한 것처럼 공기가 맑습니다.

 

가끔가다가 빈 산에서 꿩이 지저귀는데 꼭 돌팔매질 하는 목소리 같습니다.

한 번 던지면 물위에서 튕기는 돌맹이 구르는 소리가 조금은 못생긴 목소리입니다.

 

산 비둘기가 후다닥 이산 저산에서 신호를 주고 받습니다.

모르스부호처럼 짧았다가  길다가 두번씩 주는 선문에 후답은 한 참후 들려옵니다.

 

이제 대나무 숯에서 솨아아 하는 댓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사는지 모르지만 어느 여자가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 길어 올리는 소리입니다.

그 저녁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해가 감춰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나무밭에 사는 주소가 불확실한 떼거리의 새들이 후다닥 튀어오릅니다.

아마 멀리서 매가 평행으로 날고 있는 것을 보았던 게지요.

 

이제 저수지에 우렁을 건지러 갑니다.

오늘 저녁에 된장찌게에 들어 갈 몇 마리의 우렁.

혹시 물이 차갑다고 깊은 곳에 숨어 있을 지 모르니 대나무 길게 맨 뜰째를

어깨에 걸치고 성글 성글한 노을 빛에 젖어 더욱 희게 날리는 백발의 걸음을

보신 적 있으신지요.

 

여긴 관광지가 아닙니다.

누굴 오라고 맨날 다그치는 광고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젠 돌아서 천천히 걸어 올 때에

늦게 마중 나오는 고향입니다.

 

아무것도 없이  가볍게 마음만 챙기고 오시면

얼마든지 들어 올 수 있습니다.

 

이제 천천히 걸어서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