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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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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깜빡했네


BY 길목 2017-05-09

어제는 어버이날 당일인데 아주 조용히 적막하게 보냈다.

전날 일요일에 음식을  장만해서 남편의 형제들을 초대해 시어머니를 위한 어버이날 상을 차렸기 때문이다.

 

남편에게는 5남매가 있지만 요즘 시대에 드물게 모두 같은 도시에 모여 산다.

다른 사람들은 시어머니에게 자식을 모두 가까이 두고 사니 얼마나 좋을까 한다.

나 역시 친정어머니가 계실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친정어머니 역시 5남매를 두었지만 모두 각각 다른 도시에 흩어져 살았으니 그런 친정엄마의 외로움에 비하면

시어머니는 행복한거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가끔 자식이란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어도 그립고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살면서도 못보면 더 걱정이 되고,

가까이 살기에 몰라도 될 걱정거리를 알게 되면 더 마음 아플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동생들이 세명이나 있어도 기념일이 아닐때 어머니를 뵈러 온 적이 점점

없어져 가는 것 같다.

어머니는 그저 자식들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어 하는데 자식들은 그렇지 않다.

각자의 어려운 환경을 어머니에게 들키기 싫어서 더 멀리한다.

누구는 사업이 어려워서, 누구는 부부간의 문제가 있어서, 또는 바빠서...

부모는 한결같이 자식을 기다리고,  자식은 힘들수록 어머니를 잊는다.

 

이제는 점점 멀어져 가는 자식들을 어머니앞에 대령시키기 위해서도 꼭 기념일을 챙겨야

하는 지경이 된듯하다.

 

점심에 찰밥을 하고 여러가지 음식을 장만했고 식구들이 집에서 모였다.

오남매중 막내아들의 소환은 결국 실패했고

그래도  나머지 자식들, 며느리들 다 큰 조카들까지 집안이 그득하여 시어머니도 기분이 좋은듯 했다.

모두 내가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된다.

 

아차! 그런데 내가 빠뜨린게 있네~

술이다.

술이 무엇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술을 빠뜨리다니.

실수인가 고의였던가.

내 양심에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지 싶다.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술 필요 없다고 요즘 술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시동생들이

너스레를 떨어주었다.

덕분에 조용한 분위기에 조용한 어버이날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모두 돌아간 시간은 겨우 3시 조금 지났다.

술이 있었다면 몇 시간을 더 웃고 떠들고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고

그러다가 싸우기도 하고 그랬을텐데..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늘 하던대로 하게 둘걸. 생각이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