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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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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제일 부자


BY 마가렛 2017-04-28

주차장에서 쉬고 있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보니 김 빠지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런... 밧데리가 방전 되었군.

지난 주에 시동을 걸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보험사에 전화를 거니 10분도 채 되지않아 마스터님이 오셔서 금방 해결을 해주셨다.

역시 참 빠르다.

그런데 밧데리가 거의 소모가 되어 7%도 남지 않았다며 새로 밧데리를 교체하는게 나을것 같단다.

아니면 차를 사용하지 않을 땐 밧데리를 빼 놓으라고 하는데 내가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고,

번거러운 것은 싫어하는 사람이라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거는 무조건 남편과 상의해야 뒷탈이 없다.

남편은 내가 자동차 a/s센터에 가서 밧데리를 교체하느니 그냥 교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해서

밧데리까지 깔끔하게 교체했다.

기사님이 물도 보충해주고 엔진도 대충 청소해주시니 괜히 새차로 변신한것 같아 기분도 좋고

차의 성능도 테스트 할 겸 묵은때나 털어주자고 새차장으로 달렸다.

어르신의 안내를 받고 기계 세차를 말끔하게 하고 난 차는 그야말로 새차가 되었다.

성실하게 일하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 나도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있어도 할 수 있어~~성실하면 또 내가 아닌가?

반짝거리는 새차를 보니 내가 샤워한듯 기분이 상쾌했다.

오래된 차지만 차는 잘 나갔다. 나온김에 동네 한 바퀴 돌며 마트에 들렸다.

입을 뻐끔 거리는 꼬막을 두어줌 달아 달라고 하고, 달달한 향을 풍기는 참외도 몇 개 담아보고,

여자한테 특히 좋다는 가지도, 예쁜 색 파프리카도 바구니에 담았다.

집에있는 애호박이 생각나서 새송이 버섯도 담으며 오늘 저녁은 야채꼬지구이를 해먹고 싶어졌다.

 

하늘은 파랗다. 무지무지 파랗다. 주변이 모두 연두빛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들이라 마음이 들뜬다.

수채화를 뿌려놓은 봄날의 절정이다.

숲속마을에 주차를 해놓고 잠시 거닐었다.

영산홍도, 조팝도 들꽃들도 인사를 하며 나를 반겨주었다.

으음~~바람냄새도 좋고 역시 봄은 이맛이야!

문을 활짝 열어놓고 빵굽는 냄새를 풍기는 카페에 들어가서 아메리카노와 단호박조각 케익을 주문했다.

두어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서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이럴땐 서로 방해를 안받는게 최고다.

바깥 테이블에 앉아 숲속을 쳐다보며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발장구를 치며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으니 내가 제일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그래. 오늘은 내가 제일 부자야!

딸에게 주는 레시피란 책은

소설가 공지영이 결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인생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딸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쓴 에세이 글인데

"인생을 행복하게만 살다 간 사람은 없어. 다만 덜 행복하게 더 행복하게 살다 가는 사람들이 있단다. 어떤 것을 택할지는 네 몫이야.

그러니 눈을 크게 뜨고 이 순간을 깨어 있어라. …… 엄마가 생을 믿고 그래 왔듯이 네 생을 믿어라.

걷듯 가벼이 앞으로 나아가거라. 다만 이 한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도 딸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었는데...글을 잘 쓰는 사람이 참 부럽다.

기분에 따라 10분에 완성되는 요리를 준비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글이 참신하고 독특하다.

 

커피 한 모금, 단호박 한 입...

맛나다. 달달하다. 행복하다. 내가 부자다.

멀리서 산책나온 사람들, 아기를 안고 가는 젊은 엄마의 그림이 그림의 작은소재가 되어 멈춘다.

누군가가 나를 찾는 벨소리.... 받을까? 말까... 

 

 

오늘은 내가 제일 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