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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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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사랑


BY 길목 2017-04-28

우리는 옛날 사람들의 아들과 딸에 대한 차별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건만 시어머니의 아들과 딸에 대한 사랑을 보면서

세월이 가면서 그 차별이 이런 사랑으로 변하는구나 생각 할때가 있다.

 

아들에게는 주는 사랑이라면 딸에게는 받는 사랑이라 할까.

 

남동생을 네명이나 둔 집안의 맏딸인 시누이형님은 그야말로 차별을 받고 자랐단다.

남동생들 때문에 공부도 많이 못했고, 집안일도 도맡아 해왔고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보다 부모님을 받들면서 자라왔던 것이다.

그래서 형님은 지금도 아들들이나 며느리들보다 어머니에게 훨씬 잘한다.

매일 안부전화하고, 건강체크하고, 좋은곳 구경시켜드리고, 맛있는 음식 사드리고.

그럴수 없이 극진한 효녀이다.

한집에 살지만 무뚝뚝한 며느리인 나보다 형님이 훨씬 시어머니의 건강이나 취향이나

일정에 대해서 잘 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어머니가 딸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시어머니는 한의원에서 감, 곶감이 체질에 맞지 않다고 해서 드시지 않는데 형님은

가을에는 감을, 겨울에는 곶감을, 요즘은 감말랭이를 구해서 갖고 오신다.

어머니는 그냥 좋아하는척 받아서 형님 가신후 나는 이런거 안먹는다 너그 먹어라 하신다.

 

또하나는 형님이 어머니가 바닷가에서 자라서 고동을 좋아하시는 줄 알고 있다.

섬으로 낚시를 가는 남편을 따라가 바위에 붙은 작은 고동을 힘들게 따서 어머니가 좋아하니 늦은밤에라도 삶아서 들고 온다.

형님이 가고나면 어머니는 “어릴때부터 나는 이런거 먹으면 배가 아팠다. 그래서 안먹는다 너그 까먹어라” 하신다.

다른 식구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성의를 생각하면 힘들게 깔수밖에 없다.

알맹이를 넣고 다슬기국처럼 끓여보기도 하고 초고추장에 묻혀 먹기도 한다.

 

한번은 고동을 까서 국을 끓였다고 하자 형님이 약간 서운한 표정이 되어

그거 얼마되지도 않는거 엄마 까서 드시게 하지 국을 끓였냐고 했다.

내가 사실대로 말할까하는데 어머니는 얼른

“국이 훨씬 맛있더라야. 니 올케가 뭘넣고 잘 끓여서 그런지” 하고 말을 막았다.

 

그러고 보면 형님이 주시는 영양제니 한약이니 그런 것을 잘 먹었다고 하고 냉장고

밑바닥에 보관된 게 몇 가지나 되지 싶다.

어떤 것은 먹어보니 속이 좋지 않아서, 또 어떤 것은 다른 약과 겹쳐져서 미루다 보니.

 

그럼에도 딸이 좋다고 주는 건 모두 고맙다고 받는다.

이런 것이 어쩌면 받는 사랑법인가 싶기도 하다.

딸의 성의를 생각해서 좋아하는 척, 잘 먹는 척 해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