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님 기절하시겠네
왠지 오늘은 기분이 좋다. 허긴. 매일 저기압이면 어찌 살리. 가다가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왠지 오늘은 장난이 하고 싶다. 누군가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누군 누구겠어. 영감이지.
보들이(우리 집 강아지) 빼고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영감 밖에 누가 있누.
마주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마침 TV에서 장수 프로를 내보내고 있다.
“여보. 내가 보림이 시집가는 거 보고 죽겠다 하면 어미가 기절하겠지?”
말하다 죽은 귀신이 붙어서 말을 아끼는 영감이 소리도 없이 입이 귀에 걸리게 웃는다.
“그렇게나 오래 살고 싶어?”
“응!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잖소.”
“모르지. 장모님 닮았으면 그리도 살겠지. 그래, 오래 사시구려. 허허허.”
내 어머니는 96세까지 장수하셨다. 그래도 병원 출입을 한 번도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 의료보험카드가 깨끗했으니까. 웬만큼 아파도 참으셨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렇겠다. 나도 어머니를 닮았으면 그리도 살 수 있겠다. 그럼 20년을 더 산단 말인가? 크~.
며느님이 기절을 할만도 하겠다.
며느님~! 그렇다 하드래도 미워는 말기요.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간디? 크크크.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의 뜻이니께.
누구라도 죽는다는 건 재미없는 일이다. 설령 남의 이야기라도 말이지. 막내 딸아이가 한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퇴근을 하고 들어온 딸아이의 기분이 저기압이다. 왜 냐고 물으니,
“경옥이 엄마가 돌아가셨데요.”한다.
얼마 앓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사람은 언젠가 다 가는 거지만 잘 위로해줘라.” 딸아이는 내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벌써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당할 일이지만 그게 실감이 안 나네요.” 짜~슥!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 아이의 마음은 진실이다. 그러나 실감이 나지 않으나 언젠가 닥칠 일이라는 예감만으로도 내 기분은 썩 좋지 않다. 그게 나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죽음이란 그리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다.
이제 나이가 익어가고 그래서 여가저기서 힘든 병을 얻었다는 소식에 접한다. 오늘도 기도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다. 젠~장! 내 기도가 하늘에 상달되고 응답을 받을라치면 우리 하나님은 몹시도 바쁘시겠다. 좋았던 기분이 금새 꿀꿀해졌다. 죽음은 생각만해도 슬프다.
보림아~!
할미는 언제 철이 들을거나. 엊그제까지만 해도 할미는 안 죽을 것 같았어야. 어쩌겄어. 나라고 용빼는 재간이 있간디? 갈 때 되믄 가야재. 근디 생각하믄 슬퍼라~.
프로리다의 어느 유명 피자 집에서- 지름이 72?, 76inch? 짜리 피자에 손을 얹어 크기를 가늠하는 손녀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