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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 기절하시겠네


BY 만석 2017-04-25

며느님 기절하시겠네

 

왠지 오늘은 기분이 좋다. 허긴. 매일 저기압이면 어찌 살리. 가다가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왠지 오늘은 장난이 하고 싶다. 누군가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누군 누구겠어. 영감이지.

보들이(우리 집 강아지) 빼고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영감 밖에 누가 있누.

 

마주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마침 TV에서 장수 프로를 내보내고 있다.

여보. 내가 보림이 시집가는 거 보고 죽겠다 하면 어미가 기절하겠지?”

말하다 죽은 귀신이 붙어서 말을 아끼는 영감이 소리도 없이 입이 귀에 걸리게 웃는다.

 

그렇게나 오래 살고 싶어?”

!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잖소.”

모르지. 장모님 닮았으면 그리도 살겠지. 그래, 오래 사시구려. 허허허.”

 

내 어머니는 96세까지 장수하셨다. 그래도 병원 출입을 한 번도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 의료보험카드가 깨끗했으니까. 웬만큼 아파도 참으셨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렇겠다. 나도 어머니를 닮았으면 그리도 살 수 있겠다. 그럼 20년을 더 산단 말인가? ~.

 

며느님이 기절을 할만도 하겠다.

며느님~! 그렇다 하드래도 미워는 말기요.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간디? 크크크.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의 뜻이니께.

 

누구라도 죽는다는 건 재미없는 일이다. 설령 남의 이야기라도 말이지. 막내 딸아이가 한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퇴근을 하고 들어온 딸아이의 기분이 저기압이다. 왜 냐고 물으니,

경옥이 엄마가 돌아가셨데요.”한다.

 

얼마 앓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사람은 언젠가 다 가는 거지만 잘 위로해줘라.” 딸아이는 내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벌써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당할 일이지만 그게 실감이 안 나네요.” ~!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 아이의 마음은 진실이다. 그러나 실감이 나지 않으나 언젠가 닥칠 일이라는 예감만으로도 내 기분은 썩 좋지 않다. 그게 나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죽음이란 그리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다.

 

이제 나이가 익어가고 그래서 여가저기서 힘든 병을 얻었다는 소식에 접한다. 오늘도 기도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다. ~! 내 기도가 하늘에 상달되고 응답을 받을라치면 우리 하나님은 몹시도 바쁘시겠다. 좋았던 기분이 금새 꿀꿀해졌다. 죽음은 생각만해도 슬프다.

 

보림아~!

할미는 언제 철이 들을거나. 엊그제까지만 해도 할미는 안 죽을 것 같았어야. 어쩌겄어. 나라고 용빼는 재간이 있간디? 갈 때 되믄 가야재. 근디 생각하믄 슬퍼라~.                 

                              프로리다의 어느 유명 피자 집에서- 지름이 72?, 76inch? 짜리 피자에 손을 얹어 크기를 가늠하는 손녀딸 

                                                           며느님 기절하시겠네